쌈짓돈-돼지저금통 모아 ‘백년대계 주춧돌’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고려대 설립자 인촌 김성수 선생과 도산 안창호 선생은 열악함 속에서도 사재를 털어 인재 양성에 남달리 애정을 쏟으셨기에…(중략)…동래를 사랑하고, 뿌리를 두고 계시는 귀한 분들이 하나가 돼 백년대계의 주춧돌을 놓기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하고자 합니다.’》

1월 출범 부산 동래장학회 참여자 800명 넘어서
현재 24억 마련… 2012년까지 200억 조성 계획

올해 1월 출범한 뒤 6월 24일 지역주민 306명이 자발적으로 후원회를 결성해 기금 마련에 나선 부산 동래장학회의 설립취지문이다.

동래는 부산에서 규모가 가장 큰 구(區)였으나 1976년과 1988년, 1995년 해운대구와 금정구, 연제구가 떨어져나가면서 구세가 약해졌다.

하지만 주민들은 부산의 ‘뿌리’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관내에는 고교 13개, 중학교 14개, 초등학교 22개가 있다. 올해 동래구가 배출한 서울 주요 대학 진학자는 서울대 26명 등 150여 명으로 부산의 다른 구에 비해 많다.

주민들은 동래의 정체성 정립을 위해 2007년부터 ‘장학회’의 불씨를 지폈다. 주민모금운동이 시작된 4월 이후 12일 현재 주민 800여 명이 참여해 4억1000만 원을 모았다. 구에서 20억 원을 출연하는 등 2012년까지 200억 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일용노동자인 박모 씨(41)는 자식의 대학 진학을 바라는 뜻에서, 신발공장 근로자인 이모 씨(45)는 실업계고로 진학한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에 매월 1만 원씩 후원하고 있다. 딸의 고교 입학금을 후원받은 주부 김모 씨(43)는 매월 5000원을, 동래구의 5개 고교 교장들은 월 1만 원씩을 내놓기로 약속했다. 김모 군(9·안락1동)은 아픈 형의 쾌유와 대학 진학을 기원하며 돼지저금통(3만3000원)을 맡겼다. 주부 계모임 회원들은 점심값을 아껴 10만 원을, 한 구청 공무원은 예산절감대회 상금 40만 원을 내놨다. 한 유치원 원장은 정기적금 1000만 원을, 직장동호회원 40여 명은 50만 원을, 사설 어린이집 원장 14명은 870만 원을 맡겼다.

장학금은 우수학생 지원에서부터 교사 격려금 지원, 각종 체험 및 봉사활동 지원, 학습정보 제공 등에 사용된다. 내년에는 서울 외곽에 200실 규모의 기숙사인 ‘동래학숙(東萊學塾)’이 세워진다.

동래장학회 조영수 이사장은 “구민 모두가 참여하는 1000원의 기적을 만들어나가겠다”며 “장학회가 동래 인재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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