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달린 경찰… 한풀 꺾인 광복절 폭주

  •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광복절을 맞아 경찰이 폭주족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15일 새벽 폭주족이 서울 마포대교 북단을 지나 서울시청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광복절을 맞아 경찰이 폭주족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15일 새벽 폭주족이 서울 마포대교 북단을 지나 서울시청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인터넷 카페 4곳 폐쇄
전력자 외출제한 명령
폭주족 작년보다 28%↓

“노량진역과 신길역 사이 도로에 폭주족 10점(대) 발견!”

추격이 시작됐다. 경찰차는 갑자기 놀이공원 롤러코스터로 변한 듯 속도를 내더니 중앙선을 넘어 U턴을 했다. 반대편 차로에서 ‘지그재그’로 운전하며 도로를 점령한 폭주족은 경찰차가 따라붙자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 폭주족은 경찰차에 받힐 거리에 놓였는데도 오토바이 뒷부분을 마치 엉덩이 흔들 듯 움직이며 경찰을 농락했다. 경찰차 운전석 앞에 설치된 비디오카메라가 폭주족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자 폭주족 무리는 삼삼오오 흩어져 도망쳤다.

○ 영화 속 도로 추격전 방불

해마다 광복절이면 폭주족이 도심거리를 헤집고 다닌다. 기자는 15일 0시부터 15일 오전 5시까지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 폭주족수사팀 단속차량에 탑승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14일 오후 11시. 폭주족수사팀 장흥식 반장과 함께 강남지역을 순회한 뒤 12시쯤 여의나루역에 도착했다. 기자가 탄 경찰차는 폭주족의 위치를 파악해 도로에 배치된 경찰에게 전달하는 ‘이동지휘부’. 이날 서울 시내에는 폭주족 단속을 위해 경찰 1086명이 배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폭주족은 ‘여의도’와 ‘뚝섬’ 두 곳을 중심으로 집결한다. 여의나루역, 신길역, 문래동, 마포구청역 등에는 서울 뿐 아니라 인천, 경기 안양 부천시에 사는 폭주족이, 뚝섬유원지, 영동대교, 어린이대공원 등에는 경기 의정부 성남시 지역 폭주족이 모인다. 이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 1차로 집결한 뒤 여의도와 뚝섬을 중심으로 2차 집결한다. 이후 무리 지어 동대문에 최종적으로 모인다.

15일 오전 1시 40분 노량진역 인근 도로에서 폭주족 오토바이 10대와 마주쳤다. 경찰과 맞닥뜨린 폭주족은 역주행, 불법U턴 등 급격히 방향을 전환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속도감보다 경찰을 따돌리는 데에서 스릴을 느끼는 듯했다. 한 폭주족은 경찰을 향해 손으로 V자를 그렸다. 곡예운전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 커보였다. 폭주족 오토바이는 스쿠터나 배달용 오토바이가 많았다. 대부분 헬멧도 쓰지 않았다. 뒷좌석에 여학생을 태우기도 했다. 여학생들은 집결지에서 폭주족을 만나 오토바이 뒷좌석에 탑승한다.

폭주족을 쫓는 경찰차도 ‘도로의 곡예사’였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시속 70∼80km로 질주했고 3, 4개 차로를 한번에 바꿨다. 흔들림이 심해 차 안에서 몸을 가누기 어려웠다.

경찰의 목표는 이들의 집결 자체를 막는 것. 폭주족을 발견하면 추적해 10대를 5대로, 5대를 1, 2대로 분산시키는 방식을 썼다. 집결지의 오토바이 진입도 차단했다. 오전 3시 15분, 여의도공원 앞 8차로에 폭주족 오토바이 15대, 자동차 2대를 만나 15분간 추적한 끝에 이들을 해산시키고 나서야 폭주가 잠잠해졌다.

○ 8·15 폭주족 지난해보다 감소

폭주족은 대부분 10대 중후반 청소년이었다. 폭주족 M 군(18)은 이날 현장에 나와 경찰들에게 수시로 폭주가 일어날 위치를 전했다. 경찰조사 후 탈선을 뉘우친 경우다. M 군은 “후배가 폭주하다 죽었다”고 말했다.

이번 광복절에는 폭주족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307건)보다 28% 감소한 221건이 적발됐다. 올해 3·1절(360건)보다는 38% 줄었다. 경찰은 폭주 주동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구속 수사하는 등 강력한 단속을 예고한 바 있다. 장 반장은 “폭주족 인터넷 카페 4개를 폐쇄하고 폭주 전력자 중 야간 외출 제한명령 대상자 680명에게는 14일 밤부터 15일 새벽 외출제한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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