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돈받은 직후 과테말라行…도중에 美서 아들 접촉 가능성”

  • 입력 2009년 4월 11일 02시 56분


美서 목격된 盧아들… 체포된 조카사위9일 미국 샌디에이고 LG전자 미주법인에 출근하다 방송카메라에 잡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왼쪽)와 10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검찰 관계자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대검 중수부로 이동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검찰에서 두 사람을 지칭해 “노 전 대통령 측의 ‘애들’이 500만 달러를 받아갔다”고 진술했다. KBS TV 화면 캡처·연합뉴스
美서 목격된 盧아들… 체포된 조카사위
9일 미국 샌디에이고 LG전자 미주법인에 출근하다 방송카메라에 잡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왼쪽)와 10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검찰 관계자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대검 중수부로 이동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검찰에서 두 사람을 지칭해 “노 전 대통령 측의 ‘애들’이 500만 달러를 받아갔다”고 진술했다. KBS TV 화면 캡처·연합뉴스
박연차 → 盧측 100만 달러 전달한 2007년 여름 무슨 일이?

건호씨 2007년 중반 美서 10만 달러 투자

유학생 신분으로는 거액… 출처싸고 의혹

100만 달러 돈가방 청와대서 건넨 과정

이중삼중 검문 무사통과 ‘007 작전’ 방불

‘2007년 6월 말 노무현 대통령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상문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100만 달러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박 회장은 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자신의 회사 직원들을 총동원해 부랴부랴 100만 달러를 마련했고, 이 돈은 청와대 안으로 보내져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대검중수부가 박 회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1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네진 과정을 밝힌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은 왜 급하게 거액의 달러가 필요했을까? 아직 이 돈의 사용처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동향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의문이 풀리는 대목이 있다.

▽“100만 달러 검은 손가방에 담아 청와대 경내에서 전달”=10일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직후 경남 김해시 지역의 금융기관에서 10억 원을 모두 달러로 환전했다. 박 회장은 100달러짜리 지폐가 100장씩 묶인 돈다발을 검은색 손가방에 담아 자신의 최측근인 정승영 정산개발 사장을 불러 정 전 비서관에게 건네도록 했다. 정 사장은 곧장 서울로 향했다. 정 사장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박 회장의 심부름으로 청와대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정 사장은 청와대 안에 있는 총무비서관실에서 정 전 비서관을 만나 직접 돈 가방을 전달했다. 금속탐지기와 X선 검색대 등 이중삼중의 검문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청와대 안으로 거액의 달러가 담긴 가방을 소지한 채 무사히 들어간 것. 돈 가방을 건네받은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던 관저로 향했다.

여기까지는 박 회장과 정 전 비서관이 모두 검찰 조사에서 인정한 사실이다. 하지만 돈이 관저 안에서 누구에게 전달됐는지를 놓고 양측은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돈 가방을 권양숙 여사에게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측이 “권 여사가 ‘미처 갚지 못한 빚’이 있어 돈을 빌렸다”고 밝힌 것과 일치한다. 반면 박 회장은 100만 달러가 차용금이 아니며, 이 돈의 종착지는 바로 노 전 대통령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만 달러, 어디에 쓰였을까=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건네받은 직후인 2007년 6월 30일 강원 평창군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리는 과테말라로 출국했다. 노 전 대통령은 7박 8일 일정으로 과테말라를 다녀오는 길에 미국 시애틀과 하와이에 들러 현지 교포와 간담회를 가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부부가 6월 30일 과테말라로 가는 중간기착지로 시애틀에 들렀을 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 중이던 아들 건호 씨를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애틀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걸린다. 노 전 대통령이 시애틀에서 건호 씨를 만난 것이 사실이고, 생활비나 다른 명목으로 100만 달러 또는 이 돈의 일부를 건넨 것으로 드러난다면 ‘미처 갚지 못한 빚’ 때문에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해명은 거짓이 된다. 노건호 씨가 2007년 중반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 동문이 미국에서 운영하는 벤처회사에 10만 달러를 투자했다는 얘기도 있다. 무급휴직으로 유학을 온 처지라는 점에서 10만 달러는 적지 않은 액수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돈이 100만 달러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1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하면서 쓰인 비공식 활동자금이라는 추측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7월 1일부터 4박 5일간 과테말라시티에 머물면서 끊임없이 IOC 위원들을 접촉했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 수행원들이 쓸 ‘실탄’이 필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100만 달러의 사용처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여전히 “대통령이 되기 전에 여러 지인에게 많은 빚을 졌는데 대통령이 된 마당에 이를 갚지 않을 수도 없어서 박 회장에게서 빌려 갚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왜 굳이 달러로 돈을 받았느냐는 의문에는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10일 “(이 돈을) 검찰이 부정한 뇌물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한 수사”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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