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일연 ‘삼국유사(三國遺事)’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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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영화인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세계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공상과학(SF) 영화인 ‘트랜스포머’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벽하게 재현해 내, 역대 외국 영화 중 최다(最多)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이 세 편의 영화가 누린 인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여러분도 이 영화들을 보며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나요?

그런데 여기 ‘절대 반지를 낀 해리 포터(?)’의 뺨을 후려칠 만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변신 로봇이 기절초풍할 만큼 놀라운 변신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일연의 ‘삼국유사(三國遺事)’입니다. ‘삼국유사’라는 말은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여러 가지 사건과 이야기들의 자취’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삼국유사’는, 멀고 먼 옛날 한반도에 살았던 우리의 선조(先祖)들이 남긴 ‘기이하고 오묘한’ 이야기를 승려 일연이 정리한 책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 기이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책장을 열면 SF영화 ‘트랜스포머’를 능가하는 변신 이야기가 가장 먼저 여러분을 맞이할 겁니다. 곰이 오직 마늘과 쑥만 먹고 사람으로 ‘변신’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무척 충격적이지요? 아니, 어떻게 곰이 사람으로 변신할 수가 있을까요? ‘트랜스포머’의 로봇들은 아무리 변신해도 로봇입니다. 하지만 ‘삼국유사’ 첫머리에 등장하는 곰은 변신 이후 ‘사람’이 됩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변신입니까? 게다가 이 곰은 스스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사람이 되길 원하는 존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은 단지 본능에만 충실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연은 동물도 인간처럼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특징을 동물에게 부여한 그의 마음씨와 세상 그 어떤 변신보다도 충격적인 변신을 이야기하는 상상력, ‘삼국유사’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삼국유사’가 건네는 또 다른 이야기에 대해 말하기 전에, 여러분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과 사랑하기를 꿈꿉니까? 돈이 많은 사람, 겉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마음씨가 꽃 같은 사람 중 어떤 사람과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까? 혹시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까? 그런데 여러분, ‘삼국유사’에는 여러분의 상상을 뛰어넘는 매우 기이하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신도징’이라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왜 기이하면서도 비극적이냐고요?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벽에 걸린 호랑이 가죽을 입고 호랑이로 ‘변신’하여 신도징을 떠나버렸기 때문입니다. 호랑이와 나눈 비극적인 사랑이야기, 놀랍고도 아찔하지 않습니까? ‘삼국유사’가 펼쳐 보이는 믿지 못할 만큼 황홀한 이야기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여러분에게 생각할 시간을 넉넉하게 줄 테니,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떠올려 보세요. 하지만 이번에도 ‘삼국유사’는 여러분의 상상력을 가볍게 뛰어넘고 말 겁니다. 왜냐고요?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여인은 용이 납치해 갈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니까요. 어때요, 이만하면 해리 포터가 절대 반지를 끼고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해도 ‘삼국유사’를 뛰어넘지 못할 것 같지 않습니까?

사냥한 짐승 대신 구워 먹으라며 자신의 살을 베어 건넨 승려의 이야기와 신라 사람에 대한 차별에 화가 난 나머지, 이글거리는 화로(火爐)를 머리에 이고 이마가 터질 때까지 버텼던 승려의 이야기, 커다란 알을 깨고 나온 뒤 나라를 세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넘치는 ‘삼국유사’. 이 책 한 권이면 붉게 타오르는 11월이 더욱 달아오를 것 같지 않습니까? ‘삼국유사’를 펼치는 순간, 여러분은 신비롭고 거대한 상상력의 바다에 흠뻑 빠지게 될 겁니다.

아, 참! 그런데 여러분, ‘삼국유사’를 쓴 일연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고 있나요?

황성규 학림 필로소피 논술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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