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땅 파보니…지하수에 불 ‘활활’… “유전같네”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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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기 파주시의 미군부대인 캠프 에드워드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주한미군 반환기지 환경치유 청문회를 앞두고 미군부대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해 토양이 오염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14일 경기 파주시의 미군부대인 캠프 에드워드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주한미군 반환기지 환경치유 청문회를 앞두고 미군부대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해 토양이 오염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유전이 발견됐어, 유전이….”

14일 오전 경기 파주시 캠프 에드워드 미군기지에서 떠낸 지하수에 불을 붙여 본 우원식(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이경재 고희선(이상 한나라당) 단병호(민주노동당) 의원 등 최근 미군이 반납한 미군기지 오염 실태 현장 조사차 이날 함께 파주를 찾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누구 하나 우 의원에 말에 웃거나 대꾸하지 않았다. 조사 협조차 현장에 나온 환경부, 국방부 관계자들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우 의원이 불을 붙인 지하수는 캠프 에드워드 내 유류 저장소 옆 관측정(지하수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파 놓은 일종의 우물)에서 떠 올린 것이었다. 오염 실태 조사를 담당한 한국농촌공사 실무자가 계측기의 센서가 달린 줄자를 관측정에 넣어 본 뒤 “이곳에 고인 지하수 위로 1m 두께의 기름띠가 있다”고 얘기하자 의원들은 “기름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실무자가 시험관처럼 생긴 채집 장비로 떠올린 지하수에 라이터 불을 갖다 대자 ‘물’은 활활 타올랐다.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찾은 캠프 에드워드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이 지난달 말까지 반환한 23개 기지 중 하나.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23개 기지 대부분이 오염이 제거되지 않은 채 반납됐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라 25, 26일 환경부와 국방부, 외교통상부, 청와대 안보실 책임자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이에 앞서 평택 두 곳과 의정부 한 곳의 미군기지 현장 방문에 나선 것.

토양 오염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군 공병대 굴착기로 관측정 10여 m 옆 땅을 2m가량 파 보니 석유 냄새가 진동 했다. 현장 설명에 나선 유수호(해군 중령) 환경부 군부대 환경관리대책팀 미군기지 조사 담당은 “주변 흙이 유류탱크 균열로 새어 나온 기름으로 오염이 돼 있고, 흙에서 스며 나온 기름이 수맥으로 모여들어 지하수에 두꺼운 기름띠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기지 반환 전에 바이오슬러핑(오염 제거 작업)을 했다는 확인을 미군에게서 받았는가”라고 물었고 국방부 측은 “작업을 했다는 보고는 받았지만 완료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고 답해 “했다는 건 뭐고, 완료 못했다는 건 무슨 뜻이냐”는 질책을 들었다.

파주·의정부=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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