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금지! 게임 결별! 리듬 유지!…재수 성공 나의 노하우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년도보다 원점수를 16∼50점 높여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재수생인 이태훈, 류정은, 허성우(왼쪽부터) 씨는 재수에 성공하려면 “빨리 좌절감을 털고 휴대전화, 친구, 게임 등을 포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옥  기자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년도보다 원점수를 16∼50점 높여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재수생인 이태훈, 류정은, 허성우(왼쪽부터) 씨는 재수에 성공하려면 “빨리 좌절감을 털고 휴대전화, 친구, 게임 등을 포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옥 기자
《대학입시 수험생에게 2월은 ‘합격’과 ‘불합격’의 희비가 교차하는 계절이다. 그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대입에 실패한 수험생들은 실의 속에서 재수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일단 재수를 결심했다면 학원은 어떻게 고르고, 또 재수생활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야 한다. 실패한 사람의 경험을 듣는 것도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 본보는 2007학년도 수능에서 전년도보다 원점수를 16∼50점 높여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재수생 3명을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이태훈(20·고려대 인문학부 합격), 허성우(20·서울대 경영학과 합격), 류정은(21·이화여대 자연과학대 합격) 씨의 경험담을 통해 성공적인 재수 생활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 좌절감 빨리 털어버려라

이들은 대학에 불합격하더라도 재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후유증이 크고 시간을 허비하기 때문이다. 명절 때 친척들을 만나는 것이 창피해 밖에서 빙빙 돌거나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씨는 “수능을 잘 봐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좌절감은 빨리 털어버릴수록 좋다”며 “이왕 재수를 하기로 결심했고,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씨는 “긴 인생을 놓고 보면 대학 입학 1년 늦은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조금 늦더라도 자신이 꼭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자신감을 갖는다면 오히려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게임, 친구, 휴대전화를 버려라

“학교 다닐 때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을 불러 놀았다면 재수를 안 하는 게 좋아요. 친구에게 너무 의지하거나 자기 절제력이 부족해도 1년의 재수 기간을 견디지 못해요.”

경기 광주시의 한 기숙학원에서 10개월간 공부한 이 씨는 재수 결정 전에 재수에 대한 자신의 의지가 얼마나 굳은지 스스로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상경계열을 다니다 7월부터 ‘반수’ 준비를 시작한 허 씨는 남학생의 경우 특히 게임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중독성이 강한 RPG게임에 맛들이면 재수는 끝났다고 봐야 해요. 재수를 하면서 유난히 게임을 좋아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서울 강남의 재수종합학원을 다닌 류 씨는 이성교제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류 씨는 “재수 기간에는 감정 기복 없이 평온한 마음으로 공부해야 하는데 이성교제를 하다 보면 공부에 집중이 안 되고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에 슬럼프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3명이 재수를 결심하자마자 모두 휴대전화를 없앤 것도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결심을 흐트러지게 할 수 있는 원인을 아예 차단한 것이다.

○ 기출문제·교과서가 정석

공부는 어떻게 했을까. 이들은 수능 준비에는 기출문제와 교과서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언어영역은 기출문제 중심으로 공부했다”며 “2000년 이후 실제 수능의 언어영역 문제를 모조리 다시 풀고 틀린 문제는 체크해서 여러 번 풀어봤다”고 말했다.

허 씨도 “수능 문제는 가장 정제된 문제로 다른 문제집을 여러 권 푸는 것보다 기출문제를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라며 “문학작품을 정리해 놓은 보충교재를 틈틈이 읽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수리영역의 최고 교재는 교과서였다.

류 씨는 “수리영역은 개념 정리가 가장 중요한데 교과서만큼 개념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책도 없다”며 “취약한 부분을 여러 번 보면서 개념을 이해한 뒤 기출문제를 풀어보라”고 말했다.

특별히 취약한 과목은 혼자서 해결하지 말라는 조언에도 귀를 기울여 볼 만하다.

이 씨와 허 씨는 각각 기숙학원과 재수종합반에서 강의를 들으면서도 사회탐구영역은 유명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따로 신청해서 들었다. 류 씨는 취약했던 언어영역 보충을 위해 재수종합반 인근의 언어 전문 보습학원을 다녔다.

○ 시간-자기관리가 성공의 관건

이들은 오전 6시에 일어나 밤 12시에 자는 시간계획을 철저히 지켰다. 흔히 혼자 정리하려고 수능 한두 달 전부터 학원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다. 허 씨는 수능 전날까지도 학원에서 자율학습을 하면서 평소 생활 리듬을 유지했다.

이 씨는 “기숙학원에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 중에도 혼자 공부할 수 있겠다며 일찍 퇴소한 친구들은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투리 시간도 최대한 활용했다. 이동 시간이나 급식을 기다리는 시간에 MP3플레이어로 영어 듣기를 했고, 쉬는 시간에는 ‘이슈&논술’ 등 각종 읽을거리를 보면서 머리를 식혔다. 류 씨는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지 않고 6층인 교실까지 매일 걸어다녔다.

공부가 잘 되지 않을 때는 각자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부모의 허락을 얻어 주말 한두 시간은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가볍게 축구, 농구를 하거나 일기를 쓰면서 잡념을 쫓았다.

또 류 씨는 동병상련의 재수생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 나만의 ‘재수 방법’을 선택하라

기숙학원을 다닌 이 씨는 “자기절제력은 약하지만 공부 의욕만큼은 누구보다도 앞선다면 기숙학원을 선택해도 좋다”며 “단 TV, 휴대전화 등 아무것도 없이 외부와 단절된 채 공부에만 전념해야 하는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도중에 나갈 거면 차라리 일반 재수학원을 다니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반수를 해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허 씨는 “기본기가 닦여 있는 상위권이라면 7월부터 본격적으로 대입 준비를 해도 괜찮을 것”이라며 “1학기 휴학이 안 되는 학교가 많기 때문에 7월까지는 기본 학점만 들으면서 취약 과목을 공부하라”고 말했다.

허 씨는 반수의 장점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들었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편한 마음에서 떨지 않고 수능을 볼 수 있어 결과가 더 좋다는 것.

류 씨는 “재수생들은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에 일종의 ‘배수진’을 치고 독하게 공부해야 한다”며 “수능 모의평가 성적이 떨어지거나 패배감이 들 때는 재수를 경험한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원하는 대학 합격증을 생각하며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 3명은 “재수 비용이 1500만∼2000만 원 드는데 돈 걱정을 하면 공부하기가 어렵다”며 “부모와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되 일단 결정하면 돈 문제는 잊고 공부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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