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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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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4년 전 아이들이 같은 유치원을 다닌 인연으로 만나 지금까지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다. 바쁠 때 서로 아이를 맡아 주는 것은 기본이고 육아 및 교육에 관한 세세한 부분까지 서로 상담하는 사이다. 게다가 각자가 가진 능력이나 정보,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있다. 엄마 모임이 동네의 ‘수다 커피’나 ‘아파트 사교’에 그치지 않고 자녀 교육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학기 초에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참고서와 동화책을 미리 적어서 시간이 나는 엄마끼리 서울 동대문 서점에 가서 사오곤 합니다. 지난번엔 할인받은 돈으로 우리끼리 돌려볼 소설책도 한 권 샀어요.”(장 씨)
“아이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이웃 동네 자치센터에서 개설한 인기 수학 과목을 신청하려고 대표로 오전 6시에 줄을 서서 수강신청을 한꺼번에 한 적도 있어요.”(서 씨)
“만들기를 좋아하고 아이들과 같이 노는 것도 재미있어서 선생님 역할을 합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제가 봉사하는 동네 교회 공부방으로 아이들을 불러 공부와 만들기를 가르치는데 요즘엔 북 아트를 가르치고 있어요.”(임 씨)
이날 모인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줄 선물 만들기에 열심이었다. 모임의 맏언니, 소현 엄마의 제안으로 북 아트를 이용해 작은 책을 한 권씩 만들었다.
각자 자녀 수만큼 1, 2권의 책을 만들었는데 막내 경선 엄마가 아이들 스스로 책에 자서전을 쓰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동생이 유치원생이면 자서전을 잘 모를 거야”라고 말하는 주은 엄마, 몇 차례 이야기를 거쳐 “우리가 먼저 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몇 줄 시작해 놓으면 나머지는 방학 동안 아이들이 마치는 걸로 하자”는 산하 엄마의 의견으로 압축되었다.
유일한 맞벌이 주부인 이 씨는 “일과 가사를 병행하느라 힘든 점이 많지만, 언니 동생 같은 이웃사촌들 덕분에 잘 버텨 내고 있다”며 “엄마들끼리 친하니까 우선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좋은 것 같다”고 전한다.
초등학교 교사 박훈정(37) 씨는 “엄마들끼리 친한 아이들은 학기 초에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데 새로운 환경에 들어와도 이미 형성된 관계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학교나 반이 달라도 교과 과정이 비슷하기 때문에 준비물이나 학과 진도에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의할 점도 있다. 아이들의 이러한 유대감이 자칫하면 교실 내에서 일종의 세력으로 확대될 수 있고, 엄마들 역시 유대감을 지나치게 과시할 경우 다른 자모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김경애 사외기자 ellesh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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