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통일교 관련보도 불만, 신도들 본사서 폭력시위

  • 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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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신동아’ 9월호에 실린 통일교 관련 기사에 불만을 품고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 난입한 통일교 신도들은 건물 5층 신동아 사무실을 점거한 뒤 컴퓨터 2대를 부수고 해당 기사를 쓴 기자의 취재자료를 가져갔다(위). 충정로 사옥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300여 명의 통일교 신도들. 이들은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미리 들어간 10여 명이 1층 대형 유리창 3장을 소화기로 깨는 것을 신호로 한꺼번에 건물로 몰려들었다. 특별취재팀
월간 ‘신동아’ 9월호에 실린 통일교 관련 기사에 불만을 품고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 난입한 통일교 신도들은 건물 5층 신동아 사무실을 점거한 뒤 컴퓨터 2대를 부수고 해당 기사를 쓴 기자의 취재자료를 가져갔다(위). 충정로 사옥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300여 명의 통일교 신도들. 이들은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미리 들어간 10여 명이 1층 대형 유리창 3장을 소화기로 깨는 것을 신호로 한꺼번에 건물로 몰려들었다. 특별취재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신도 700여 명이 22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으로 몰려와 대형 유리창을 깨고 난입해 사무실 집기 등을 부쉈다.

이들은 본보가 발행하는 월간 종합지 ‘신동아’ 9월호의 ‘대해부 통일교 왕국’ 기사에 불만을 품고 기습적으로 사옥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다 8시간 반 만에 자진해산했다.

통일교 신도 1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 50분경 충정로 사옥 지하주차장 출입문을 통해 건물로 들어와 소화기로 1층 로비의 대형 유리창 3장을 깼다.

이때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신도 300여 명이 건물로 난입해 1층 로비와 5층 신동아 사무실을 점거했다. 당시 5층 사무실에 있던 신동아와 여성동아 기자 20여 명은 6층 사무실로 피했다.

'통일교신도 폭력시위 사진 더보기

신도들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컴퓨터 2대, 프린터 2대 등 사무실 집기와 화분, 책상 유리 등을 부쉈다. 또 책상 위와 서랍 속에 있던 각종 서류를 내던졌다. 한 신도는 최맹호 동아일보 출판편집인에게 화분을 던지기도 했다. 또 해당 기사를 쓴 기자의 취재서류 일부를 무단으로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신도들은 시위를 취재하던 동아일보 사진부의 강병기 기자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촬영을 방해하기도 했다. 강 기자는 신도 4명과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옷이 찢기고 팔에 멍이 들었으며 줌렌즈 1개를 빼앗겼다.

동아일보 출판광고팀의 박모 씨는 신도들이 던진 화분 파편에 맞아 오른쪽 눈의 각막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신도들은 시위 현장을 촬영하던 CBS 카메라기자 김모 씨에게 욕을 하고 촬영 테이프와 소지품을 빼앗은 뒤 옷을 잡아 흔들며 정강이를 걷어 차는 등 30여 분간 폭력을 행사했다.

건물 밖에서는 400여 명의 신도가 “동아일보 윤전기에 흙을 뿌리겠다” “기자를 악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겠다”고 외치며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불법 폭력시위가 계속되자 사옥 주변에 전·의경 14개 중대, 1400여 명을 배치했다.

통일교 신도들은 “신동아 기사는 일부 탈교자(脫敎者)의 편파적인 진술만을 보도해 통일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모든 신동아 광고 삭제 △인터넷 신동아 광고 삭제 △신동아 9월호 전량 회수 △담당 기자 해고 △편집장 해고 △5대 일간지에 사과문 게재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신동아 이형삼 편집장은 “기사에 불만이 있다면 법적 절차를 통해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순리”라며 “언론사의 사무실을 점거해 폭력시위를 벌인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밝혔다.

이 편집장은 “통일교 관계자들과 21일부터 4차례 대화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무단 침입과 기물 파손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일교 신도들은 이날 오후 5시 20분경 자진 해산했다. 이들은 24일부터 충정로 사옥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다시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신동아 9월호의 통일교 관련 기사는 원고지 250장 분량으로 통일교가 30여 년의 공사 끝에 6월 13일 경기 가평군 장락산에 ‘천정궁’이란 박물관을 완공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신동아 기자는 지난달 하순 통일교의 ‘청평성지’에 있는 천주청평수련원에서 열린 수련집회에 직접 참가한 뒤 통일교의 예배의식과 강의 내용, 교리, 통일교 탈교자들의 증언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신동아는 반론권 차원에서 황선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회장의 인터뷰도 게재했다.

한편 18일 신동아 9월호가 발매된 이후 22일까지 해당 기사를 쓴 기자의 휴대전화에는 “죽이겠다” “밤길 조심하라” 등 협박성 문자메시지 200여 통이 들어왔다.

통일교는 1954년 5월 1일 문선명 씨가 서울에서 창립한 종교단체로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1997년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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