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방폐장 유치한 경주 양북면 ‘정보화 열기’

  • 입력 2006년 7월 27일 0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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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을 유치했으니 이제 컴퓨터 솜씨도 갖춰야겠지요.”

26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본부 1층 사무자동화교육장. 발전소 주변에 사는 양북면 주민 25명이 노트북컴퓨터를 앞에 놓고 인터넷 여행을 하고 있었다. 양북면 일대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이 들어서는 곳이다.

교육이 3일째 진행되면서 처음엔 노트북의 키보드를 정확히 두들기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둔탁한 손가락 놀림에도 속도가 붙었다. 대부분 50, 60대인 주민들은 원전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기초 윈도와 인터넷, 간단한 문서작성 요령을 27일까지 배운다.

주민들은 특히 인터넷을 통해 세계 곳곳을 찾아가는 모습에 큰 흥미를 느꼈다. 양북면 어일리 주민 주명숙(50·여) 씨는 “이렇게 얇고 작은 컴퓨터에 온 세상이 다 들어있는 것같다”며 “컴퓨터에 익숙해지면 방폐장 유치 이후 경주의 모습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살펴보고 싶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월성원전은 2004년부터 직원 교육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이 교육장을 주민에게 개방해 오고 있다. 그동안 연간 2회 프로그램을 마련해 130여 명이 참여했다.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부터 교육 횟수가 연 3회로 늘었다. 지난해 말 경주시가 방폐장을 유치한 뒤 첨단과학도시를 추구하는 것도 주민들 사이의 정보화 교육 참여 열기를 높였다.

올해의 경우 3월에 인근 감포읍 주민 25명에게 교육을 했고, 11월에는 양남면 주민에게 이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25명이 교육받을 수 있는 교육장도 하반기에는 30명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넓힐 계획이다.

월성원전은 지난해 12월 직원용 노트북을 교체하며 사용하던 노트북 75대를 발전소 주변 46개 마을에 기증했으며, 16개 마을에는 인터넷 전용선을 마련해 줬다.

교육을 담당하는 월성원전 윤상철 정보시스템 부장은 “주민들이 의외로 빨리 노트북 사용에 익숙해지는 것은 그만큼 정보화 사회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라며 “교육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주민을 대상으로 정보화 경진대회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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