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구하기→對北 길닦기→정상회담?

  • 입력 2005년 10월 1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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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강정구(姜禎求) 교수 사법처리 반대, 북한 노동당과의 협력 교류 제안, 남북정상회담 추진….’

정부와 여권이 최근 들어 대북(對北) 문제 관련 이슈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이 대북 문제로 지지율 하락 등 현재의 위기 국면을 돌파하는 한편 앞으로 이 문제에 정권의 명운을 걸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답답한 여권=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최악의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10%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탈출구 모색을 위해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연정(大聯政)을 제안하기까지 했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오히려 지지층의 이탈만 초래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이런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이라면 내년 지방선거 결과는 불 보듯 뻔하고, 정권 재창출 가능성도 불투명해 보인다. 그래서 나오는 관측이 앞으로 획기적인 대북 제안을 통한 새로운 남북관계의 구상이다.

▽정지(整地) 작업의 징후들?=여권이 남북문제의 진전을 가로막을 수 있는 걸림돌을 정비하는 정지 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강 교수 구하기’. 강 교수 문제는 여권의 입장에서 볼 때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자칫하면 색깔 시비에 휘말려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구속은 안 된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나서는 등 다소 ‘무리수’를 둔 데에는 이념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대북관계의 길 닦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검찰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이 불구속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사실상 검찰에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최소화하라는 지시나 다름없다.

현재 열린우리당의 당론은 국보법을 폐지하고 형법을 보완하자는 것.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한나라당의 반대로 이를 관철하지 못했지만 실제 법 운용에서는 사실상의 폐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가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환수 협상을 본격화하겠다고 나선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 노 대통령은 1일 국군의 날 연설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행사를 통해 스스로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자주군대로 거듭날 것”이라며 환수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에 열린 한미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협의 문제를 미국 측에 제기했다고 12일 밝혀 환수 협상이 본궤도에 오를 것을 예고했다.

여권 일각에선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협상이 앞으로 남북 간 평화체제 구축 논의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1월 북한 핵문제 6자회담의 후속 협상이 본격화되면 남북 간 평화체제 구축 논의는 남북관계를 새롭게 재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시간이 필요한 데다 국민 정서와 미국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文喜相) 방북 카드로 물꼬 튼다?=여권 내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김두관(金斗官) 대통령정무특별보좌관은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6자회담이 좋게 출발했으니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답방할 수도 있고, 노 대통령이 방북할 수도 있다”고 말해 정상회담의 추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13일 제안한 열린우리당과 북한 노동당의 교류 추진도 궁극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 의장은 12월쯤 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고 방북이 성사되면 노동당과의 교류를 정식으로 제안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문 의장 측은 최근 정부 측과 방북 문제를 놓고 상당한 의견 조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병헌(田炳憲) 당 대변인과 박영선(朴映宣) 의장비서실장이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최준택(崔俊澤) 국가정보원 3차장을 각기 만나 사전 협의를 했고, 정부 쪽에서는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노동당과 연정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한다. ‘충격적인 합의나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한 남북 연합제 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버금가는 대합작 발표 같은 게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정지 작업 등을 통해 내년 초에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면 일거에 정국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여권 내에서 흘러나온다.

이 경우 내년 5월 지방선거도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치를 수 있고, 그 분위기를 차기 대통령선거 국면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상 밖의 남북관계는 현 정권의 치적에도 큰 획을 그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국민 지지도가 바닥인 상태에서, 더구나 임기 말 국정 장악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여권이 의도하는 대로 획기적인 남북관계 추진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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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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