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총장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대학 자율성 참담”

  • 입력 2005년 10월 1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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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14일 서울대 문화관 강당에서 열린 개교 59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이종승 기자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14일 서울대 문화관 강당에서 열린 개교 59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이종승 기자
서울대 정운찬(鄭雲燦) 총장은 14일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인의 노력을 (정부가) 정책으로 묶고 있다”고 정부의 교육정책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정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제59주년 개교기념식 축사에서 “자율성은 대학 존립의 으뜸 원칙인데 안타깝게도 대학의 자율성은 허울조차 남아 있지 않다”면서 “재정, 조직, 인사를 불문하고 대학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이) 지식의 단순 암기 능력이 아니라 통합적인 사고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해서도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이는 참담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정 총장은 “현재 우리 사회에는 생산적인 경쟁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균등주의가 만연해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국가의 장래가 대학 교육의 수월성(秀越性)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2008학년도부터 정시모집에서 논술시험의 비중을 높이려는 서울대 입시안이 본고사 부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입시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장은 또 “서울대는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입시제도를 고쳐 지역균형선발제를 도입했고 다른 학교 및 다른 학과 출신자의 교수 채용 비율을 높였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통합에도 기여해 서울대가 국민의 대학으로 거듭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립대 법인화안에 대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이런 차원에서 법인화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대교수협의회 등이 국립대 법인화안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정 총장이 적극적인 법인화 추진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 주는 공식 발언이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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