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하버드대 입학하기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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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는 내년에 개교 370주년을 맞는 미국의 대표적인 명문 사립대다. 존 F 케네디를 비롯해 7명의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 출신이고, 이 대학 전현직 교수 40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가. 하버드대 학생신문 ‘크림슨’이 학부 학생 50명을 인터뷰해 ‘그들은 어떻게 하버드대에 입학했나’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렇다고 이 책에 하버드대에 들어갈 수 있는 정형화된 공식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대 입시에서 성적은 지원자를 평가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서 1600점 만점을 받은 학생이 떨어지기도 한다. 고교 수석 졸업자의 80%가 낙방한다는 통계도 있다. 다른 건 젬병이라도 한 가지 특출한(well lopsided) 재능을 가진 수험생이 합격하는가 하면, 반대로 다재다능한(well-rounded) 학생이 관문을 통과하기도 한다. 대학 지원 때 내는 에세이와 교사 카운슬러 교장의 의견도 중요하다.

▷부모가 하버드대를 나왔어도 유리하다. ‘입학 사정 절차는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하지만 비슷하게 우수한 응시자 그룹이 있다면 동문(同門)의 자녀를 한 번 더 살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사회 봉사활동, 과외활동에서의 리더십이나 특출함, 근로 경험도 고려 요소가 된다. 여러모로 살피다 보니 학업 수행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이 4분의 1가량 들어오게 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더욱 성취감을 느낀다는 풀이도 있다.

▷선진국 명문 대학들은 하버드대처럼 대학 입시에서 완전한 자율권을 행사한다. 우리처럼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 입시를 시시콜콜 간섭하는 나라는 없다. 대통령이 한 말씀 하자 교육부가 얼어붙어 2학기 수시 입시를 한 달 앞두고 수리논술과 영어 제시문을 내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리는 판이다. 서울대 교수협의회 세미나에서 “서울대를 유치원생 취급하고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이런 입시제도로는 하버드 같은 대학이 만들어질 수 없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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