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大 ‘국제 한국학 포럼’ 개막

  • 입력 2005년 7월 1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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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인 국제 한국학 포럼이 14일 고려대 100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강의실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한국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고려대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인 국제 한국학 포럼이 14일 고려대 100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강의실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한국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세계의 한국학 대가가 대거 참석한 ‘국제 한국학 포럼’이 14일 오전 9시 이틀간의 일정으로 고려대 안암캠퍼스 100주년기념 삼성관에서 개막했다.

고려대 개교 100주년을 맞아 개최된 이번 포럼은 고려대 국제한국학센터(ICKS)와 민족문화연구원이 주최하고 본사와 하나은행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이 후원한다. 20개국에서 50여 명의 학자가 참가했다.

미국 일본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 지역과 불가리아 네팔 등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국가의 학자까지 포함됐다. 이들은 한국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 전반에 걸쳐 13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할 예정.

어윤대(魚允大) 고려대 총장은 축사를 통해 “고려대는 국제한국학센터의 설립과 국제학술대회의 지속적인 개최를 통해 한국학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이번 포럼은 세계적인 한국학 학자들의 교류를 통해 지식공유 기반을 완성해 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인혁(權仁赫)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역시 “최근 동북아시아에서 역사와 영토 문제에 대한 갈등으로 한국에 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면서 “이번 포럼이 한국학 연구 네트워크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흥규(金興圭)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1970년대 이후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제 한국학은 재정 및 연구협력의 취약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면서 “이번 포럼을 계기로 국제적인 한국학 자료 수집 및 네트워크 서비스를 구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회식에 이어 열린 전체 토의에서는 ‘세계 속의 한국학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제임스 루이스 영국 옥스퍼드대 한국학과 교수는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한국학이 예산 및 관심 부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의 대기업이 많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존 던컨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과거에 비해 한국학 연구는 상당한 발전을 이뤘지만 한국학 학자들 간의 상호교류는 매우 빈약했다”면서 “공동연구 등을 통해 하루빨리 차세대 한국학 학자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민혜(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4년) 조기현(서울대 노어노문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하와이大 교수“北 에너지자주권 우려 직접送電 수용 않을것”

미국 학계의 대북 전문가인 서대숙(徐大肅·사진) 하와이대 석좌교수는 14일 200만 kW의 전력을 북한에 직접 송전한다는 정부의 ‘중대 제안’에 대해 “북한이 에너지 자주권 침해를 우려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신 “북한은 화력이나 수력 발전소를 지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과 국제한국학센터(ICKS)가 고려대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로 개최한 ‘국제 한국학 포럼’ 참석차 방한한 서 교수를 14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100주년기념 삼성관에서 만났다.

―정부의 중대 제안을 평가하면….

“한국이 200만 kW의 전력을 북한에 송전한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전력을 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북한의 우려를 덜어 주기 위해) 단전(斷電)은 6자회담에서 합의를 해야 가능하다고 명시하더라도 북한이 느끼는 위협은 매우 클 것이다.”

―이것이 7월 말에 열릴 6자회담에도 영향을 미칠까.

“6자회담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다. 미국과 북한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 간극을 좁히려면 미국은 북핵 폐기를 요구하는 대신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고 철저한 봉쇄정책을 펴야 한다. 미국의 현 대북 정책은 마약 중독자에게 마약을 끊으라고 종용하는 것과 같다.”

―한국도 북한 핵을 용인해야 하나.

“아니다. 한국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에 점진적으로 핵 폐기를 요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는 한국 아닌가.”

―협력적인 남북 관계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장성급 회담이다. 현재 남과 북은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제1선에 있는 군인들의 수장이 모여 협력을 이야기할 때 경제, 사회, 문화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현 정부의 통일 정책을 평가하면….

“통일정책은 수요와 공급을 따지는 경제학과 다르다. 여유가 있는 남한이 북한을 넉넉한 마음으로 원조해 줘야 한다. 하지만 협상할 때는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현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어 아쉽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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