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과거 본고사와 최근 논술고사 비교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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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학년도 국어Ⅰ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

Ⅰ.快는 주관적인 것으로 객관적 존재를 떠나 있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인 무엇에 대한 知覺처럼 객관적인 무엇에 대하여 快苦를 느낀다. 그 인식에 있어서 우리는 가끔 오인하거나, 속는 수도 있어 人生의 辛·不辛·喜悲가 그것에 유래하는 일도 적지 않다. 여기에 快苦를 어떤 무엇에 대한 快苦라고 하면 무엇이 참으로 존재하는지 존재성 그것에 따라 快苦는 질을 달리할 것이 분명하다.

Ⅱ.쾌락을 구극적인 것이라 하여 그것이 무엇에 기인하든 간에 그런 구별은 지엽적인 문제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 그리스시대의 快樂主義의 입장이다.

Ⅲ.그러니 快가 快로서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무엇에 기인하고 있는 것인지, 그 무엇이 □그것이 아니라면 결코 진실한 것이 아니며, 허망한 것이라 하겠다.

Ⅳ.정신적 욕구는 사람에게 향상의 길을 열어 주지만 그것은 또 그 내용이 중요하다. 아름다운 욕구는 우리를 아름답게 할 것이나, 그것이 아름답지 못하며 올바른 것이 아닐 때에는 우리로 하여금 추악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동물적이며, 본능적인 것을 淨化하여야 한다.

1.Ⅰ∼Ⅳ에서 필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Ⅳ에 들어있는 하나의 단어로 답하라.

2.Ⅲ의 빈칸에 알맞은 단어를 Ⅱ에서 찾아 쓰라.

■1994학년도 국어(논술)Ⅲ

※다음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기본 이념을 설명하고 있는 글이다. 이 글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운영에 따르는 중요한 문제점 몇 가지를 지적하고, 그 문제점들이 생기게 된 원인을 밝히는 글을 쓰라. 글의 길이는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200자 내외로 하라.

민주적 정치 제도의 기본 원리가 개인의 자치적 능력을 믿는 신념에 기초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기본 원리도 각 개인이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하는 최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신념에 근거하고 있다. 그리하여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경제 활동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해 주고자 한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원리들은 개인의 행복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의 주관적인 판단과 노력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믿음과, 또 개인은 바람직한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에 필요한 정신적, 물질적인 수단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자유 경제 체제는 모든 개인에게 자유스러운 경제 활동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념에 기반하는 순수한 자유 경제 체제는 하나의 이론적 모형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운영에 많은 문제점들이 따른다.

■2005학년도 논술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를 논술하시오.

※아래의 내용을 반드시 논술문에 포함시킬 것.

1.【제시문1】에 드러나 있는 사물의 인식 방법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이에 근거하여 【제시문2】의 내용을 논할 것.

2.다음 문장들을 논술에 활용하되, 그 가운데 한 문장을 반드시 직접 인용할 것.

○1큰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큰 깨달음이 없다. 의심나는 것을 쌓아놓고 모호하게 두는 것은 캐묻고 따지는 것만 못하다.(홍대용, 담헌집)

○2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공자, 논어)

【제시문1】 강물은 두 산 사이에서 흘러 나와 돌에 부딪혀 싸우는 듯 뒤틀린다. 그 성난 물결, 노한 물줄기, 구슬픈 듯 굼실거리는 물갈래와 굽이쳐 돌며 뒤말리며 고함치는, 원망하는 듯한 여울은 장성을 뒤흔들어 쳐부술 氣勢가 있다. (중략)

【제시문2】어느 산골에 작고 깊은 우물이 하나 있었습니다.이 우물은 흔히 볼 수 있는 우물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우물 벽에는 구멍이 숭덩숭덩 나 있고 돌이 여기저기 삐져나와 있었습니다. 깊은 바닥 한가운데에는 진흙 웅덩이도 있었습니다.(중략)

흔히 말하는 본고사는 대학지원 자격을 결정하는 대학입학 예비고사에 합격한 뒤 지원 대학에서 최종 시험을 치르던 1981학년도 이전의 대학별 고사를 일컫는다.

이 본고사는 1981학년도부터 대학입학 학력고사가 실시되면서 폐지됐다. 학력고사 시대에는 학력고사 성적과 내신 성적을 단순 합산해 선발했다.

1994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되면서 1996학년도까지 잠시 대학별 고사(본고사)가 실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예비고사와 수능시험 체제의 본고사 문제는 이름만 같을 뿐 출제 형식이나 수준에서 큰 차이가 난다.

서울대 본고사의 경우 1980학년도 마지막 시험을 보면 현대문 중심의 국어Ⅰ과 고전 고문을 다룬 국어Ⅱ로 나눠 지문을 읽고 단답형으로 대답하거나 글의 순서대로 배열하기 등 전형적인 암기식 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영어는 지문의 빈칸에 알맞은 단어 쓰기, 밑줄 친 문장 해석, 영작, 지문을 60자 이내로 정리하기 등 독해와 영작이 대부분이다. 수학은 ‘답을 구하라’ ‘증명하라’는 전형적인 문제풀이식 출제다.

1994학년도 국어(논술)는 다양한 지문의 내용 파악과 단답형 질문으로 이뤄진 ‘문학작품의 이해와 감상’, 지문 요약하기, 제시 지문을 기초로 자신의 독서경험을 살려 논제에 맞게 1200자 이내로 논술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지문을 다양화하고 길이도 늘려 내용 파악과 사고 능력을 측정하려고 했다.

서울대는 2005학년도 인문계에 논술을 처음 도입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의 한 부분, 우물 안 개구리가 세계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가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외국 자료집을 주고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 논술하라’고 요구했다.

논제 핵심 파악, 분석력, 의사 표현력, 창의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과거의 문제에 비해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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