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1가족+5가족… 5월 11일은 ‘입양의 날’

  • 입력 2005년 5월 11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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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한 기자
전영한 기자
“입양도 하나의 출산입니다. 자식을 얻는 방법이 다를 뿐이죠. 자식이 아프다고 부모가 버려서야 되겠습니까?”

전순걸(43) 신주련(43·여) 씨 부부는 여동생을 위해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불러주는 언니를 볼 때마다 미소를 짓는다. 두 자매의 웃음이 부부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다.

부부는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말, 가정형편이 어려워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TV에서 본 뒤 입양을 결심했다. 친아들(16)이 있었지만 첫째 딸 하영이(7)를 1998년에, 둘째 딸 아영이(5)를 2년 뒤 받아들였다.

아영이가 태어난 지 일곱 달 되던 때 몸을 뒤집지 못해 정밀검사를 해 본 결과 뇌의 3분의 1이 부족한 선천성 기형 진단이 나왔다. 의사는 “현 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 최선의 치료”라고 했다.

전순걸 신주련 씨 부부와 이들이 입양한 딸 하영이(오른쪽)와 아영이의 단란한 모습. 연합

이 소식을 들은 신 씨의 친정어머니는 딸 부부가 겪게 될 고통을 생각해 “아이를 복지시설에 돌려보내지 않으면 단식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주변에서도 “고생길이 훤한데 돌려보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영이를 데리고 매주 4군데의 병원을 돌며 물리치료를 받게 했다. 정성 덕분에 아영이의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았다.

전 씨 부부는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하영이에게 “네가 착해서 하느님이 엄마 아빠에게 보내줬다”고 말했다. 아이가 더 크고 본인이 원하면 친부모를 찾아주기로 했다.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덜 겪고 건강하게 클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벤처회사에 다니는 전 씨는 허리 디스크로 몸이 불편해 2월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돼서 오히려 즐거워한다.

동생을 잘 돌보는 하영이는 1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입양의 날’ 제정 기념행사에서 ‘모범어린이’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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