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11>우리 경제와 기업의 현실

  • 입력 2005년 5월 1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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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은 오리(五厘·1000분의 5)를 보고 십리(十里) 간다는 속담이 있다. 실낱같은 가능성만 있어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 경제는 이런 기업가 정신으로 괄목할 만한 도약을 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동아일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기획한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의 열한 번째 강의를 맡은 박용성(朴容晟) 대한상의 회장 겸 두산중공업 회장은 기업의 역할과 현주소를 이렇게 요약했다. 박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대강당에서 ‘우리 경제와 기업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소개한다.》

○ 부자는 여러 사람의 밥상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6801억 달러로 세계 10위였다. 교역규모는 12위, 외환보유액(올해 3월 기준)은 4위, 연구개발 지출은 7위다.

제조업 경쟁력도 세계적 수준이다.

반도체(메모리 부문)와 디스플레이, 조선(造船)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휴대전화는 3위, 철강은 5위, 자동차는 6위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두산중공업 회장은 “한국 경제의 발전에는 기업가 정신이 있었고, 이를 더욱 고양해야 미래의 발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 참석자들이 박 회장의 강의를 듣고 있다. 박영대 기자

또 초고속인터넷 보급률(1위)과 인터넷 사용자(2위), 공항 화물처리(3위), 컨테이너 처리(5위) 등에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의 이면에는 기업이 있었다.

불, 바퀴, 화폐를 인류의 3대 발명품이라고 한다. 여기에 하나를 추가해 4대 발명품을 꼽으라면 ‘주식회사’가 들어갈 것이다. 기업의 발전이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극대화’다. 기업 활동의 대가로 생긴 이윤은 주주에게는 배당과 시세차익, 지주에게는 임대료, 금융회사에는 이자, 근로자에게는 임금으로 돌아간다.

‘부자는 여러 사람의 밥상’이라는 말은 이 때문에 생겼다. 2003년 한국 내 일자리의 64%, 2004년 세금의 51%는 기업으로부터 나왔다.

○ 기업인 평가는 경제 논리로

기업은 기업인과 근로자가 일군다.

하지만 기업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심하다. ‘부자는 나쁘고 가난한 사람은 착하다’, ‘문화나 자선사업에 인색하다’는 평가가 많다.

기업인에 대한 평가는 철저하게 경제 논리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건전한 기업 활동으로 일군 부(富)는 그 자체로 인정해 줘야 한다. 기업이 자선사업하다 망하면 당장 종업원들의 생계가 곤란해진다.

오너(기업의 최대 주주) 경영과 전문가 경영에 대한 판단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전문경영인(CEO)은 훌륭한 경영 솜씨를 갖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전문경영인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자동차, 포드자동차는 오너가 경영을 맡고 있지만 뛰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기업을 잘만 이끌면 된다.

대기업에 대한 편견도 지나치다. 중소기업의 85%가 대기업에 부품 등을 납품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다.


○ 한국 기업의 고민

현재 한국 기업의 걸림돌은 △노사 문제 △정부 간섭 △환경 우선주의 △반(反)기업정서 등이다.

한국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1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이 법과 원칙을 무시한 노동운동으로 노사관계를 왜곡시키고 있다. 1997년 노사분규는 78건이었지만 2000년에는 250건, 2004년에는 462건에 이른다.

한국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은 2003년 현재 미국의 39%에 불과하다. 반면 2000년 대비 2003년 임금은 22.4%나 높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은 8% 올랐고 일본은 9% 떨어졌다.

과도한 정부 간섭은 기업의 활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규제개혁’ ‘기업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몸통’은 그대로 둔 채 ‘깃털’만 건드렸다.

정부는 심판자이고 기업은 선수다. 정부 규제는 축구 경기에서 심판이 공을 차겠다고 나서는 격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환경 비용도 문제다. 기업이 생산을 하면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환경단체들은 개발을 전혀 하지 말고 자원도 쓰지 말라는 식이다.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구간 공사가 전형적인 예다. 공사 중단으로 생긴 손해는 누가 감당하는가.

국민들의 낮은 기업 호감도도 문제다. 기업의 이미지는 불법 정치자금과 각종 부정으로 얼룩져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과거의 문제였고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 기본으로 돌아가자

지난해 대한상의 조사에서 수도권 제조업체의 47.5%는 중국으로 사업 일부를 이전했다. 또 2년 안에 중국으로 사업장을 옮기겠다는 회사는 41.5%였다. 10곳 중 9곳은 한국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해외 송금도 1998년 14억2000만 달러에서 2003년에는 54억5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기업이 빠져 나가면 한국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업은 투명성과 윤리경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근로자들은 투쟁 위주의 노동운동에서 탈피해 회사와 동반자적 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 속에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은 다시 살아나고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도 달성될 수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청소년들이 꿈을 이루려면…영어-한자 능력-건강 꼭 챙기세요▼

꿈을 이루려면 청소년 시기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박용성 회장은 영어, 한자 능력, 그리고 건강을 꼽았다.

그는 “영어는 이미 세계어이고 한자(중국어)는 동북아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언어”라고 설명했다.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는 미국과 영국이지만 이미 세계 모든 나라에서 쓰는 언어가 됐다. 이를 익히지 않고서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수 없다는 것.

박 회장은 또 “영어가 외국어인 것처럼 우리는 한자를 중국어로 대하면서 외국어를 공부하듯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북아 공통문화로 젓가락과 한자가 꼽힌다. 그러나 한국은 최근 한자 교육을 소홀히 했다. 컴퓨터 사용이 늘면서 한자는 우리에게서 더욱 멀어졌다는 게 박 회장의 진단.

그는 “최근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들에게 자기가 나온 대학교 이름을 한자로 써보라고 했더니 60%가 쓰지 못했다”며 “이래서는 동북아 시대를 제대로 맞이할 수 없다”고 했다.

박 회장은 “요즘에는 아이들이 동네에서 같이 어울려 놀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준비로 유아기에는 놀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청소년기에는 운동을 통해 협동심을 길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건강을 위한 투자의 효과는 다른 투자에 비해 30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달리기를 위해 5만 원짜리 운동화를 산다면, 나중에 병원비 150만 원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우리 시대의 영웅은 비, 보아, 배용준, 박지은 등 주로 연예인과 체육인인데 또 다른 영웅, 즉 기업 경영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1년에 90억 원을 번다”며 “이런 스타급 경영인이 많이 나와야 우리나라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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