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그곳에 가면/동구 화수부두

  • 입력 2005년 4월 19일 19시 19분


코멘트
“이 곳 사람들은 제사상에 조기 대신 숭어를 올려놓는 답니다. 인천 토박이가 가장 많이 살고 있어서 좀 특이한 생활 습관이 남아 있지요.”

18일 오후 인천 동구 화수부두. 폭 100m에 불과한 갯골에서 비릿한 갯내가 풍겨오는 화수부두는 분명 어촌이지만, 그렇지가 않은 모습이었다.

갯골을 사이에 두고 INI스틸(옛 인천제철) 대우종합기계 등 대기업 공장과 중소기업이 몰려 있고, 이들 공장의 굴뚝에서 날아온 듯한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부둣가 주변엔 낡은 주택도 여러 채 있지만, 길목을 지나는 사람이 없어 인기척을 느끼기 어려웠다.

이날 새벽 5시 부인과 함께 바다로 나갔던 정춘관(56) 씨가 10시간 가량의 조업을 마치고 부두로 돌아왔다. 이들 부부의 작업 터인 3.5t급 한일호엔 주꾸미가 20kg 남짓 실려 있었다.

정 씨는 “주꾸미 철이 시작됐지만, 요즘 별로 잡히지 않아 걱정”이라며 “숭어도 3, 4년전 까지만 해도 하루에 1000kg 정도 건져냈는데, 올해엔 40kg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고 한숨을 토해냈다.

출어를 위해 화수부두를 나서는 고깃배는 63척.

이 가운데 강화 앞바다까지 나가 새우 등을 잡는 80t급 어선이 8척이고, 나머지는 팔미도 인근 해역에서 꽃게 숭어 등을 건져내는 5t 미만의 소형 어선이다.

어민들의 친목 모임인 ‘화수어민번영회’를 이끌고 있는 유삼식(71) 씨는 화수부두의 산 증인이다. 1961년 무동력선인 0.1t 돛단배로 고기잡이를 시작한 유 씨는 15년 전 기관실 가스폭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기도 했다.

그는 “화수부두 어민들은 대개 부부가 함께 조업에 나가고 있어 적자가 없을 뿐 만 아니라 금슬도 아주 좋다”고 자랑했다.

어민들은 부두 건너편에서 공사 중인 북항 고철부두(2008년 완공 예정)로 인한 피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천해양수산청은 15일 북항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유 씨는 “북항 부두를 건설하기 위해 준설작업이 이뤄지면서 화수부두 주변의 토사가 바다 쪽으로 밀려나갔다”며 “이로 인해 어선들의 입출항에 큰 지장을 받고 있고, 축대도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선원을 ‘동사(同事·함께 일하는 사람)’로, 배에서 요리하는 주방장을 ‘화장(火長·불을 다루는 높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화수부두 어민들.

이들의 소박한 꿈은 북항이 개항되더라도 지금처럼 조업에 나서는 것이라고 한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