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지자체 순례]<4>전북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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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스러운 음식, 드넓은 평야, 구성진 소리 가락….

전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교통 발달로 전국의 음식 맛이 평준화됐다고 하지만 전북은 여전히 ‘맛의 고장’이다. 전주비빔밥 전주콩나물국밥 남원추어탕 순창고추장…. 늘 지명과 함께 붙어 다니는 이 음식들은 여전히 전국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전북의 브랜드다. 지난해 한 단체의 조사 결과 지명을 사용한 식당 상호 가운데 ‘전주식당’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맛과 풍취’의 고장 전북에서의 먹고사는 일(경제)은 그다지 풍요로움을 느끼기 힘든 게 현실이다.

40년 전인 1965년 전북의 인구는 260만 명으로 전국 인구의 8.8%를 차지했으며 국내 최대의 곡창으로 오늘날의 공업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잘사는 곳이었다.

그러나 현재 전북의 인구는 190만 명으로 전국의 4%대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보다 3배나 높은 농림어업 비중은 전북 경제의 낙후성을 보여 주는 생생한 지표다.

심지어 도민들 사이에는 음료수 이름에서 따 온 ‘2% 경제’(전북 경제가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라는 자조의 표현이 돌고 있다.

이처럼 침체된 지역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전북도는 새해 도정방침을 ‘신(新)성장동력 창출 원년’으로 정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후발지역으로 처진 현실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자는 것.

산업화에서 낙후된 ‘덕분’에 잘 보존된 자연환경과 음식, 소리 등 전통문화를 지식기반 사회의 콘텐츠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의 성장 동력을 찾아라=도가 강조하고 있는 21세기 전북의 강점은 △개발의 손때를 덜 타 청정한 자연환경이 보전돼 참살이(웰빙)의 최적지이며 △역사문화와 맛, 멋, 가락의 전통문화가 보전돼 지식기반 사회에 적합한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점 등이다.

또 △농도(農道)의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발효기술, 전통식품을 미래형 생명공학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하며 △새만금과 군산항 등이 중국과 가깝고 서해안 중심부에 있어 환황해권시대 신산업과 물류의 최적지라는 점도 강조된다.

도는 이 같은 자연환경과 역사적 물적 자원을 기반으로 방사선융합기술(RTF·Radio Fusion Technology)산업과 신재생에너지산업, 전통발효산업을 포함한 생명공학산업을 새로운 지역 전략산업으로 정해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2월 중 정읍시에서 개원할 첨단 방사선 이용센터를 중심으로 관련 산업을 유치하고 나노급 방사선의료영상기술 개발 사업과 양성자가속기 유치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도는 또 올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150억 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신재생에너지란 석유, 가스 등 화석에너지가 아닌 풍력, 태양에너지, 수소 등 친환경 대체에너지를 말한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03년 말 2.1%에서 2011년 5%까지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맞춰 청정에너지 산업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선점하겠다는 게 도의 목표다.

국내 최대의 곡창이자 음식문화가 발달한 전북의 이점을 살린 생명농업산업 육성도 주요 전략의 하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장류 특구로 지정된 순창군은 식품첨가물 산업, 진안군은 한방산업, 김제시는 생명농업산업 거점으로 각각 육성하고 전주시의 발효식품엑스포와 남원시의 허브엑스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관광과 영상산업의 메카로=연초 법원의 결정으로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전북은 새만금 사업으로 생기는 내부 토지 8500만 평에 첨단농업단지와 함께 관광레저형 복합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33km의 방조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관광가치가 높다. 도는 방조제 인근에 크고 작은 섬 60개가 산재한 고군산군도의 해양관광단지와 부안군의 국립공원 변산반도를 연결해 국제적인 관광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전북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낙후된 동부산악권은 지난해 유치가 확정된 무주태권도공원과 장수경주마육성목장 개발을 통해 스포츠 관광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특성화 전략도 추진 중이다.

자연환경이 잘 보전된 섬진강에 영상벨트를 조성하고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 받는 전주한옥마을과 사극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인 부안영상테마파크를 지원하는 등 영상산업도 미래 성장산업으로 적극 키워 나갈 방침이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강현욱 전북지사 인터뷰▼

강현욱(姜賢旭·사진) 전북지사에게 지난해는 힘든 한해였다.

강 지사가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 노력이 사실상 무산됐고, 10여 년 전부터 전북도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온 동계올림픽 무주유치도 실패로 끝났다.

새해 들어서도 시련은 만만치 않다. 17일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사업을 간척지 용도가 정해질 때까지 잠정 중단하라는 조정권고안을 내자 전북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관선 전북지사 시절부터 새만금 사업을 추진해 ‘강만금’으로 불릴 만큼 이 사업에 애착과 관심이 많은 그이기에 충격은 더 크다.

강 지사는 21일 인터뷰에서 “아직 낙담하기는 이르다”며 올해를 전북 발전의 신성장동력을 찾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강 지사는 올해 새만금 사업 내부개발계획을 확정하고 여기에 관광레저형 복합도시를 유치할 계획이었다.

그는 새만금 방조제와 인근의 고군산군도, 변산반도를 연결하는 국제해양관광거점 단지를 조성하고 대(對)중국 거점항이 될 신항만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방폐장 문제에도 미련이 많다고 했다.

강 지사는 “중저준위 방폐장의 경우 위험시설이 아니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확산된 만큼 전북에 반드시 유치돼야 한다”며 “최근 군산에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 일고 있는 유치 움직임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치 문제는 어떤 경우든 주민투표로 판가름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약력

△1938년 전북 익산 출생

△군산고,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전북도지사(관선·1988∼90년)

△동력자원부, 경제기획원 차관

△농림수산부, 환경부 장관

△제15·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

△전북도지사(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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