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지자체 순례]<3>광주

  • 입력 2005년 1월 1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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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불모지’로 알려진 광주지역에 새로운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냉장고와 세탁기 등 백색가전 부문 전체를 광주의 자회사인 삼성광주전자㈜로 이전한 데 이어 기아자동차㈜도 대표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모델인 신형 스포티지 생산기지로 광주공장을 선택했기 때문.

광주는 또 ‘대한민국의 문화수도’, ‘아시아의 문화 중심도시’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각종 시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5년 내 일자리 15만 개 창출=지난해 이전한 삼성전자와 기아차, 그리고 관련 기업에 직접 고용된 인원만 5000명이 넘었다.

광주 기아자동차 생산공장

이 결과 통계청 전남사무소가 지난해 말 조사한 광주지역의 실업률은 3.4%로 낮아졌다. 이는 2002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 서울 4.3%, 인천 4.0%, 부산 3.7% 등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한때 감소세를 보였던 시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140만 명을 돌파했다. 하남, 평동 등 지역 내 산업단지의 땅값과 인근 택지지구의 아파트 매매가 및 전세금이 상승하는 연쇄 효과도 나타났다.

시는 이달 초 발표한 5개년계획에서 현재 60만 개인 일자리를 75만 개로, 지역총생산(GRDP)을 현재 16조 원에서 23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구현할 ‘15대 핵심 프로젝트’ 가운데 간판격인 △자동차 △생활가전 △광(光)산업 등 3대 주력산업에서만 10만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한다는 게 시의 청사진이다.

우선 자동차 부문에서는 기아차 광주공장이 수출전략 차종 핵심 생산기지로 육성된다. 지난해 연간 20만 대에서 35만 대로 생산 규모를 늘렸으며 2006년엔 42만 대, 2010년엔 60만 대로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파급효과는 매출액 11조 원에 신규 고용 2만 명 수준으로 기대된다.

생활가전 부문은 ‘디지털 정보가전’으로 품격을 높여 세계시장을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2010년에는 파급효과가 매출 13조 원, 수출 70억 달러, 고용 창출 2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래전략사업으로 선정해 2003년부터 이미 1단계로 4020억 원을 투입한 광산업 부문은 2008년까지 추가로 3863억 원을 투입해 시험생산 기반을 조성하고 반도체 광원 등의 기술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광산업 기업을 480개까지 늘려 집적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으며 이 부문에서 매출 7조 원, 고용 창출 5만 명을 기대하고 있다.

광주시 홍진태(洪進太) 경제통상국장은 “3대 주력 산업은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 세계를 경쟁 상대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의 도약=광주를 ‘문화수도’로 조성하겠다는 사업은 이미 돛을 올린 상황이다.

지난해 9월 10일 제5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원년(元年) 선포식’이 열렸다. 시는 금명간 ‘광주문화수도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해 사업 추진 근거를 더욱 확실하게 마련할 방침이다.

이 사업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동구 광산동 현 전남도청 일대에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하는 것. 올해 9월 공사에 들어가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인 2010년 5월 문을 연다.

문화와 산업을 연계해 새로운 생산모델을 제시하는 ‘문화 실리콘밸리’ 개념의 문화산업복합단지 조성사업도 내년부터 시작된다. 100만 평 안팎(2만5000명 거주)의 대지에 문화, 신에너지, 첨단산업 관련 기업체를 유치하고 문화예술인들에게 활동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동신대 건축공학부 이상준(李相俊) 교수는 “세계적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문화산업 수익 모델을 확보해 영속적인 재생산 기반을 갖추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박광태 광주시장 “문화로 먹고 사는 도시 만들 터”▼

“광주는 5·18민주화운동 등으로 저항의 도시로만 인식돼 왔습니다. 자랑스러운 역사와는 별개로 그 과정에서 치른 희생이 크고, 경제적으로는 못살고 뒤떨어진 숙명까지 걸머지게 됐는데 이제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입니다.”

박광태(朴光泰·사진) 광주시장은 14일 본보와의 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그 같은 낙후성을 끌어안고 한탄하기보다는 오히려 기회로 삼고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광주는 그동안 중화학 중심의 공업화에서는 밀렸지만 이제 공해 없는 첨단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울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며 “제조업과 문화산업이라는 두 축을 근간으로 시민들이 걱정 없이 먹고 살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박 시장이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문화산업.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광주 선거유세에서 나온 말 한마디를 포착해 ‘문화수도’ 건설을 공약사업으로 확정했다.

앞으로 20년 동안 3조 원의 예산을 들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한 각종 문화인프라와 문화산업의 틀을 갖추겠다는 게 문화수도 건설의 기본 구상. 목표 달성을 위해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추진에 나섰다. 박 시장은 “굴뚝산업 시대에는 뒤처졌지만 신지식기반산업 시대에는 광주가 가장 앞서 가게 될 것”이라며 “역사의 고비마다 보여준 광주 시민들의 위대한 저력을 세계가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광주=김 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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