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방화]불특정 다수 향한 분노 ‘묻지마 범죄’가 는다

  • 입력 2005년 1월 4일 18시 17분


코멘트
서울지하철 7호선 전동차 방화사건을 계기로 소외계층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반사회적 동기에서 저지르는 범죄가 새삼스럽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실업자, 노숙자 등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3년 살인, 강도 등 각종 형법 위반자 86만6873명 중 무직자가 19만9327명으로 23.0%에 이르렀다. 전년도의 22.3%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

실제로 190여 명의 희생자를 낸 2003년 2월의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같은 굵직한 사건 외에도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유형의 반사회적인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해 12월 22일 전동차가 역사로 들어오기 직전 전동차 선로로 승객 2명을 떠밀어 다치게 한 황모 씨(50)를 구속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대구시내 달성공원과 두류공원 일대에서 누군가 바늘구멍을 이용해 농약 성분을 주입한 음료수를 먹고 14명이 입원했다.

2003년 7월에도 정신질환 치료를 받아 온 노숙자 이모 씨(42)가 열차에서 잠을 자던 승객 민모 씨(60)를 아무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당시 이 씨는 “그냥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범죄라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만 2000∼3000명에 이르는 노숙자를 일일이 감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이에 대해 중앙대 신광영(申光榮·사회학) 교수는 “개인의 불행과 고통을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회에 보복을 하려는 현상”이라며 “실업자, 비정규직, 빈곤층 등 소외계층의 증가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대 김시억(金始億·범죄심리학) 교수도 “우리 사회의 부족한 복지제도, 사회보장제도가 그들을 범죄에 노출시키고 있다”며 “소외계층을 따뜻하게 감싸 주고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제도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