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치인 너무 봐준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 입력 2004년 11월 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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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세상 모든 것을 선처(善處) 사유로 만드는 ‘미다스의 손’인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1일 발간한 월간지 ‘사법감시’에서 “법원이 정치인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런 비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불법 대선자금 재판 23건 중 최근 1, 2심이 끝난 사건(12건)의 선고 형량을 분석한 결과 2심(항소심)이 원심 형량을 유지한 사건은 2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와 관련해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조국(曺國) 서울대 법대 교수는 “법원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서는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이유를 들어 관대한 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서민들의 눈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참여연대가 문제 삼은 법원의 선처 사유.

▽용두사미형=서울고법은 불법 대선자금을 모은 김영일(金榮馹)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죄질이 무거워 피고인은 중벌을 면하기 어렵다”면서도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하면 원심의 징역 3년6월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같은 사안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서정우(徐廷友) 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법률고문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마땅히 엄중한 처벌이 요구되지만 신망있는 법조인으로 사회에 이바지한 점 등을 참작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황당무계형=서울중앙지법은 서정우 전 고문에 대한 1심 판결 때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이란 믿음 속에서 기업들로부터 대선자금을 받기에 이르렀다”고 선처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영일 전 총장의 경우 1심 때는 “남다른 가정환경 등”이라는 알쏭달쏭한 내용이 참작사유로 제시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또 박상규(朴尙奎) 전 한나라당 의원 1심 선고 때 불법 정치자금을 추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불법 수수한 정치자금 등을 전액 추징하는 점 등을 참작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말이 안 되는 내용이 선처의 이유로 제시되면 판결이 설득력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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