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천시민 ‘逆시위’ 이유 있다

  • 입력 2003년 7월 8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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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천청사 인근 주민들이 시위대의 소음에 견디다 못해 확성기 사용을 막아달라는 ‘역(逆)시위’를 벌였다. 과천청사 앞에서 열리는 잦은 시위로 인해 시민들이 얼마나 남모를 고통에 시달려 왔는지를 짐작케 한다. 올 들어서만 48건의 시위가 과천청사 앞에서 열렸으며 대부분이 주변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 시위’였다는 것이다.

시위대가 이틀이 멀다 하고 고성능 확성기에 꽹과리, 징까지 들고 나와 몇 시간씩 소음을 내면 누구도 참을 재간이 없다. 시민들은 이제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고 인근 학교는 수업을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입장을 바꿔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이런 피해를 보았다면 그들이 과연 가만히 있었을지 의문이다. 시위대는 자신의 권리 찾기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에게 소음 피해를 주는 일도 삼가야 한다.

이런 피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서울에서도 종로 일대와 여의도 국회의사당,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주변이 소음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위가 끝난 뒤 거리행진으로 인해 인근 상점들은 경제적 손실까지 호소하고 있다.

주로 시민단체의 집회가 많았던 지난해와는 달리 새 정부 들어 이익단체의 시위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소음으로 인한 피해도 수적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위 소음에 대책 없이 당해야 하는 피해자들이 전국적으로 상당수에 이른다는 얘기다.

보통 시민들이 ‘시끄러워 못 살겠다’며 피켓을 들고 나설 때까지 정부는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과천 시민들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시위 소음에 대한 단속에 나서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여태껏 소음 시위를 규제하는 법조항이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법원도 얼마 전 지나친 소음 시위는 규제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80dB 이하’라는 구체적 기준까지 제시한 바 있다. ‘시위할 권리’를 존중해야 하는 것처럼 ‘시위의 소음에서 보호받을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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