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산골마을 중학생 일본견학 부푼꿈

입력 2003-07-07 21:12수정 2009-10-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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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슴이 두근거려요.”

경북 영천시 화산면 유성리 화산중학교. 휴대전화가 잘 통하지 않을 정도로 산골이다. 이 학교 3학년 전체(19명)는 10일부터 3일 동안 예정된 일본 여행을 앞두고 잠을 설치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부산항을 출발해 목적지인 일본 오이타(大分)현 마에 찌에(前津江) 중학교를 방문한다. 두 학교는 역사가 50여년이고 학생수도 50여명으로 비슷하다.

지난해 5월 월드컵을 앞두고 마에 찌에 전교생은 화산중학교를 방문해 함께 축구를 하면서 우정을 나눴다. 이후 두 나라의 학생들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편지를 주고받았다.

“일본 학생들은 한국에 쉽게 오는데 우리 쪽에서 가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가고 싶어할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척 불편했습니다. 학생들과 교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기로 했죠.” 오수현(吳秀賢) 교장의 말이다.

학생들과 인솔 교원 2명의 경비(710만원)를 어떻게 마련할까. 오 교장은 3월 학기가 시작되자 3학년 학생들에게 돼지저금통을 하나씩 건넸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말고 군것질을 줄여 동전이라도 열심히 모으라고 했다. 학부모들 대부분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이 일본현장 학습을 위해 동전을 모은다는 소문이 퍼지자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나섰다. 화산면 장학회에서 ‘거금’ 200만원을 내놨고 동창회에서 50만원, 약국을 하는 주민이 30만원, 교감 선생님의 친구 3명이 130만원, 학교 부근에서 공장을 하는 주민이 40만원 등을 보탰다. 거기다 학교예산 180만원을 더해 경비를 마련했던 것.

“여권과 비자에 필요한 3만원은 모두 저금통에 가득 찬 동전으로 해결했어요. 어른들이 흔히 ‘가깝고도 먼 일본’이라고 하는데 실제 어떤지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벌써 세상이 넓어지는 느낌이 드네요. 나중에 후배들이 외국 견학을 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공부해야죠.” (3학년 김새롬양)

과학 탐구로 최근 경북과학전람회에서 1등을 차지해 8월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정병권(丁柄權·16)군은 “일본 학생들의 과학 실력이 어떤지 살펴보고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는 꿈을 새롭게 하고 싶다”고 좋아했다.

비석탁본 같은 선물을 마련한 학생들 마음은 이미 현해탄을 건넌 듯했다. 2학년들은 선배들 모습을 보면서 벌써부터 ‘내년에 우리도 갈 수 있을까’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학생들과 함께 가는 김영숙(金英淑·32) 교사는 “어른도 설레는데 아이들 마음은 오죽하겠느냐”며 “짧은 여행이지만 학생들이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큰마음을 가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천=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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