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왜 감추려 했을까]장수천채무 결국 姜씨 돈으로 수습

입력 2003-06-05 00:35수정 2009-09-29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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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李基明·67)씨의 경기 용인시 땅 2만평을 산 1차 매수자 강금원(姜錦遠·53·창신섬유 회장)씨가 땅을 사게 된 경위 등을 상세히 밝힘에 따라 노 대통령이 언급한 ‘호의적 거래’의 실체가 드러났다.

강 회장은 4일 “지난해 8월 노 대통령이 ‘이기명씨가 생수회사(장수천)에 보증을 섰는데 경매로 헐값에 넘어가게 돼 손해를 보게 됐다. 이 땅을 사주면 이씨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의해 (이씨의) 땅을 사게 됐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씨의 땅 매매 의혹과 관련한 해명에서 “일부 호의적 거래가 있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밝혔으나 땅 매매에 노 대통령이 적극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그동안 제기됐던 많은 의혹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숱한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지 않았던 것은 이번 거래가 일반적인 거래와 달리 상식을 벗어난 파격적인 것이어서 사실대로 밝힐 경우 일지도 모를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는 두 차례의 해명과정에서 강씨를 철저히 숨기고 실제 매매 경위 등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킨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이씨 땅 매매의혹 왜 불거졌나=이번 사건은 노 대통령이 대주주로 있던 장수천의 채무 보증인이던 이씨가 채무 34억원 중 18억여원을 대신 갚은 데서 비롯됐다.

한나라당이 처음 의혹을 제기했을 때 이씨가 “올 2월 용인 땅을 팔아 대위변제했다”고 해명했으나 땅 매매과정에 대한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특히 1차 매매의 계약 및 해지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받아 왔다.

강씨는 이씨가 한국리스여신에 진 보증채무를 갚는 데 필요한 19억원을 건네면서도 땅 등기부에 아무런 흔적(가등기 등)도 남기지 않았다.

또 나중에 이권개입 등의 오해와 의혹을 받을까봐 계약을 해지했을 때 호의를 갖고 사준 것임에도 불구하고 생돈 2억원을 위약금으로 떼였으며 아직 나머지 17억원을 못 받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상거래와 다른 이런 파격적인 거래가 ‘뒤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된 것이다.

현시점에서 볼 때 장수천의 보증 채무는 이씨가 아니라 2억원을 공중에 날리면서까지 강씨가 대신 갚아준 꼴이 돼 결국 강씨는 노 대통령을 위해 엄청난 ‘호의적 거래’를 해준 셈이 됐다.

청와대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1차 매수자의 신원을 끝내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부풀린 측면도 크다.

이런 배경으로 의혹은 1차 매수자가 누구인지, 혹시 그 돈이 대선자금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등으로 확대되면서 커져간 것이다.

▽사실과 다르게 드러난 해명들=강씨의 설명에 따르면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동안 밝힌 해명의 많은 부분이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1차 해명에서 “계약을 맺은 지인은 그 땅에 복지회관을 설립하려다 땅 한가운데 한전 철탑이 지나는 등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계약해지를 요구하며 나머지 잔금을 입금하지 않아 계약금 중 약 2억원은 해약금으로 몰수했다”고 밝혔다.

마치 순수한 상거래 차원에서 계약이 이뤄졌고 또 파기된 것처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강씨는 “복지사업에 다소 관심이 있었는 데다 노 대통령의 제의로 땅을 사게 됐고, 산 땅에 철탑 등이 있고 이권개입 등의 오해와 시비를 받을 수 있어 계약 파기를 결정했다”고 말해 청와대의 해명과는 상당히 달랐다.

또한 청와대는 1차 매매자가 계약을 해지한 뒤 소명산업개발의 2차 매매가 이뤄졌다고 설명해 왔으나 강씨가 지난해 12월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밝혀 이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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