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人事…떠나고 남는 간부들의 辯

  • 입력 2003년 3월 1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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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파-"더이상 추해질순 없다"

“공정한 인사가 단행되기 전에는 사표를 보류하고 저항하겠다”는 글을 검찰내부 통신망에 올린 사시 13회 김원치(金源治) 대검 형사부장은 11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동기생 가운데 선두였던 송광수(宋光洙) 대구고검장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이상 그 결과에 승복하고 동기생이 총수에 오르면 용퇴하는 전통을 존중하겠다는 것.

김원치 검사장은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인선으로 일부 후배가 부당하게 좌천을 당하고 부적절한 사람이 발탁되긴 했지만 이 문제를 다시 재론하면 본인이 추한 모습으로 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 취임하는 총장이 조직을 지휘하기 어렵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명노승(明魯昇) 법무차관은 11일 퇴임식에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명 차관은 이날 “기수를 파괴한 밀실인사를 하려다 검사들의 반발을 야기했다”며 “급기야 대통령과 평검사가 대담까지 해야 하는 역사에 없었던 상황에 이르렀다”고 검찰 인사를 꼬집었다.

그는 특히 “솔직히 말하면 외부에서 젊은 장관이 부임하기로 내정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미 사임 의사를 전임 장관에게 전했다”며 “그러나 검찰조직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오늘까지 기다린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명 차관은 “참여정부는 그간의 정부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인식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검찰의 중립은 검사 개개인의 의지와 투쟁에 의해서만 쟁취되는 것인 만큼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0년 삼청교육대 입소 대상자를 무더기로 훈방했다가 국가관을 의심받았다는 자신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가늘게 목소리를 떨기도 했다.

▼잔류파-"명분없는 퇴진 못한다."

“한마디로 매우 어지럽다.”

11일 인사에서 대구고검 차장에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옮기게 된 김진환(金振煥) 대구고검 차장은 ‘이런 인사가 무슨 개혁인지…’라는 표정이었다.

김 검사장은 사법시험 14회 동기생 중 선두주자였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 사망사건’ 때문에 서울지검장에서 대구고검 차장으로 밀렸다.

법무부 검찰국장을 역임해 인사에 정통한 그는 대구고검과 지검에 사시 16회 동기가 나란히 전보된 것을 두고 “인사에 원칙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며칠 전 짐을 싸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렇게 무원칙하고 절차가 무시된 인사에 결코 승복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김 검사장은 “인사 파동으로 검찰이 혼란에 빠졌는데 선배가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명분 없이 떠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이 많아 사표 제출을 미뤄 왔다는 것.

‘병풍(兵風)’ 수사를 지휘했던 김 검사장 주변에는 “사퇴하면 반개혁 인사로 낙인찍히고 개혁 주도 세력에 말려들 수 있다”며 그를 만류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다.

법무부 검찰국장에서 초임 검사장 보직인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밀린 장윤석(張倫碩·사시 14회) 검사장은 “기록이라도 남겨야 되지 않느냐”며 씁쓸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장 검사장은 인사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노 코멘트”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검찰국장은 검사 인사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지만 그는 이번 인선 작업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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