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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2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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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야근을 하지만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싶습니다.”
“노동법을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해 주세요.”
“의료보험이 되도록 해주세요.”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구미시 경북도청소년수련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날 캠프는 구미가톨릭근로자센터와 구미시가 함께 외국인 근로자들의 ‘한국적응’을 위해 처음으로 마련한 것이다.
구미지역의 외국인 근로자 4000여명을 대표해 참가한 5개국(필리핀 스리랑카 네팔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50여명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우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부당한 차별대우.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도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데다 무시당하기 일쑤라는 것. 함께 일하는 회사의 동료 직원에게 머리를 얻어맞아 반창고를 붙이고 캠프에 참가했던 한 필리핀 근로자는 “한달 일하고 받는 월급의 내용에 기본급 휴일수당 야근수당 월차수당이 있다는 것, 불법체류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 퇴직금과 단체교섭에 참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며 “한국을 잘 모른다고 부당하게 차별 대우하는 풍토가 새해에는 사라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짧은 캠프였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루었다.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를 위해서는 새로운 인식과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자회사에서 2년째 일하는 인도네시아 출신 마루와티(27·여)는 “한국인의 부당대우도 문제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끼리 한마음이 되기보다는 서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캠프를 통해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구미지역 필리핀 근로자들은 수술을 해야하는 동료 근로자를 위해 최근 십시일반으로 150만원을 모으기도 해 외국인근로자 사이에 감동을 주기도 했다. 네팔 출신인 바스넷(32)은 “올해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소식지도 만들면서 한국생활을 바꿔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를 기획한 구미가톨릭근로자센터 모경순(牟慶淳) 사무처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공부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자신의 권리주장을 위해서도 한국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필요해서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온 것인만큼 새해에는 정부와 사업주들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정(情)이 담긴 정책과 대우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34만여명으로 △취업비자 근로자 3만 2000여명 △산업연수생 4만여명 △미등록 불법체류자 27만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구미=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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