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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4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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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 들어온 버스는 저만치 앞으로 달아나 버린다. 뒤엉킨 차량과 사람 틈을 비집고 위험천만한 도로로 곡예하듯 버스를 향해 뛰어가지만 버스는 무심하게도 그냥 떠나버리고…. 마냥 기다린 끝에 이번엔 버스 출입문 손잡이를 움켜잡고 겨우 오르지만 가쁜 숨을 다스리기도 전에 급출발하는 버스. 몸은 이리저리 기우뚱거리고….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두산타워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회사원 김철환(金哲煥)씨의 불만.
“사고 위험도 높고, 매일 정말 이렇게 출퇴근해야 합니까. 그러니 길이 막혀도 승용차를 몰고 나오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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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①]걷고 싶은 도시로 |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꾸려는 서울시의 교통정책이 성공하려면 시내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이용하기 편하고 또 안락해야 한다.
▽안락한 최첨단 하이테크 버스로〓서울의 시내버스는 타고 내리기에 불편하고 지저분하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 장애인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는 최첨단 하이테크 고급 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도심과 외곽을 오가는 간선버스를 계단이 없고 차체 바닥이 낮은 굴절형 저상버스로 바꾼다. 지상에서의 높이가 20∼30㎝에 불과해 승차감이 좋다.
저상버스는 또 정차시 유압에 의해 차체 바닥이 인도 쪽으로 조금 내려앉고 전동경사로가 나오기 때문에 노약자나 장애인이 타고 내리기에도 편하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1000대씩 모두 2000대의 간선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꿀 예정이다.
시는 아울러 정류장의 정해진 위치에 버스가 정차할 수 있도록 시내버스와 정류장에 근접정차 유도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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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도착, 정시 출발 시스템으로〓서울의 시내버스는 언제 도착할 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인공위성위치확인시스템이나 전자장치로 차량의 위치와 속도를 확인해 간선시내버스의 도착 시간을 정류장 전광판에 안내하는 시스템(BIS·Bus Information System)을 도입할 방침이다. 간선버스는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시 도착, 정시 출발에 별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도착과 출발 예정시간 안내는 지하철에도 필요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택영(張澤永·교통공학) 연구위원은 “지하철의 경우도 입구 매표소와 승강장에 지하철 도착시간 전광판을 만들어 안내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완해야 할 점〓버스 내부를 세련되고 인간공학적으로 디자인해 대중교통이 싸구려가 아니라는 인식을 주어야 한다.
관동대 홍창의(洪昌義·교통공학) 교수는 “유럽처럼 시내버스에 운전자를 위한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운전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운전하도록 함으로써 편안한 운행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또 “시내버스 내부의 스피커를 운전자용과 승객용으로 분리해 승객들이 원치 않는 방송이나 음악을 들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민영인 대중교통 운송사업을 공영화해 영리보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치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음성직(陰盛稷) 서울시 교통관리실장은 “간선버스의 경우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하되 서울시가 운영비를 적극 지원해 준공영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 연구위원은 “고객 중심의 마인드와 서비스의 질이 대중교통 정책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