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잃은 외아들 꿈 대신 이뤄주길"

  • 입력 2002년 8월 9일 19시 04분


익사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자식의 꿈을 대신 이뤄달라며 아들의 모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아들의 시신까지 의과대학 해부용으로 기증했다.

서울에서 중소의류제조업을 하고 있는 백창모(白昌模·55·성동구 하왕십리동·사진)씨는7일 건국대(총장 맹원재·孟元在)를 방문해 최갑식(崔甲植) 부총장에게 장학금 1000만원을 전달하고 앞으로 10년간 매학기 100만원씩 장학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백씨의 아들 주범군(19·건국대 충주캠퍼스 생명자원과학부 1년)이 청운의 꿈을 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건 6월 13일. 주범군은 충북 충주시 달천강에서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다 숨졌다.

백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겪었지만 생명공학에 관심이 많았던 아들의 뜻을 기려 이 대학 의과대학에 해부용으로 시신을 기증했다. 장기도 기증하려 했지만 숨진 지 오래돼 불가능했다.

백씨는 또 아들의 유품을 정리하다 아들이 생전에 정신지체장애아 수용시설인 충주 숭덕재활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사실을 알아내고 매달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부인과 딸도 시신 기증에 선뜻 동의했다는 백씨는 “평소 생명공학에 관심이 많았고 연구원이 되고 싶어했던 아들의 꿈을 친구들이 대신 이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국대는 백씨가 기증한 장학금을 ‘백주범 장학기금’으로 명명했으며 백군의 졸업연도에 가족들을 초청해 명예졸업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충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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