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흉기’ 고삐가 없다

  • 입력 2002년 5월 26일 18시 56분


지난달 경기 수원에서 카드 빚 갚을 돈을 빼앗기 위해 여성 6명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최근 며칠 사이 또다시 전국에서 카드 빚 관련 강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 용의자들은 대부분 일정한 직업이 없는 무직자나 대학생들로 적게는 3, 4장, 많게는 7, 8장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돈을 대출받은 뒤 돌려가며 갚는 속칭 ‘돌려막기’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모씨(25·무직) 등 2명은 24일 오후 7시15분경 충북 청주시 수곡동 H정형외과 지하주차장에서 퇴근하던 B안과 박모 원장(35)에게 돈을 요구하다 반항하자 흉기로 가슴을 찔러 살해했다.

26일 청주서부경찰서에 구속된 전씨 등은 카드 빚 2000만원을 갚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W대 휴학생 안모씨(22)는 카드 빚 1000만원을 갚을 길이 없자 26일 오후 1시반경 광주 서구 쌍촌동 S마트 4층 주차장에서 훔친 차의 가속기를 계속 밟아 엔진에 불이 나게 한 뒤 5층 주차장으로 돌진해 주변의 차량 3대를 불태웠다.

전북 익산시에서는 24일 오후 5시반경 모 아파트에서 카드 빚에 몰린 권모씨(35·무직)가 부인(33)과 딸(10)을 목졸라 숨지게 한 뒤 자신도 손목을 끊어 자살을 기도했다.

경남 거제에서는 주식 투자를 위해 400만원을 카드로 대출받았다가 갚을 방법이 없자 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낮에 가정집에 침입해 5차례에 걸쳐 강도짓을 벌여온 전모씨(32·회사원)가 24일 거제경찰서에 구속됐다.

서울에서는 차량 구입과 유흥비로 탕진한 카드 빚 2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녀자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김모씨(30·무직) 등 2명이 26일 서초경찰서에 구속됐다.

이들은 22일 오전 3시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길가에서 귀가하던 김모씨(25·주부)를 차로 납치해 성폭행하고 5분짜리 다이아반지와 신용카드 4장 등 4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 명의로 된 신용카드 10여개를 몰래 발급받아 3200만원을 사용하고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26일 이모씨(33·무직)가 서울 강동경찰서에 의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청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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