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씨 구속수감]성경 읽으며 2.17평 독방생활

  • 입력 2002년 5월 19일 18시 11분


미국 로스앤젤레스 팔로스버디스의 97만달러짜리 호화저택에서 사방이 시멘트로 막혀 있는 2.17평의 독방으로. ‘대통령의 아들’도 죄를 지어 갇히면 일반 죄수와 똑같은 ‘수용자’일 수밖에 없었다.

김홍걸씨 검찰 출두장면

김홍걸씨 구속집행 장면

19일 오전 6시반 김홍걸(金弘傑)씨는 서울구치소 수용자 수칙에 따라 기상 음악을 듣고 구치소 독방에서 몸을 일으켰다. 검찰에 출두하면서 구속을 각오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구치소 독방은 낯설기만 했다. 홍걸씨가 수용된 방은 97년 현철씨가 수용됐던 13동 상14실의 네칸 옆인 같은 동 상10실 독방. 2.17평 크기에 3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며 수세식 좌변기와 세면대 등 현철씨가 ‘묵었던’ 상14실과 똑같은 시설을 갖췄다.

19일 오전 7시. 그는 구치소에서 첫 식사를 했다. 아침식사는 ‘1식 2찬’(국 한가지에 반찬 두 가지) 원칙에 따라 미역국에 감자조림과 배추김치가 나왔다. 밥은 쌀과 보리를 8 대 2로 섞은 혼식. 홍걸씨는 두 숟가락 정도 뜨다가 말았다. 대신 구치소측에서 제공한 우유 1개를 마셨다.

점심에는 ‘부처님오신날’ 특식으로 나온 삼계탕을 조금 먹었다.

이에 앞서 홍걸씨는 18일 오후 9시20분경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됨으로써 구치소 생활을 시작했다.

구치소에 도착한 홍걸씨는 야간당직과장의 안내로 신입교육실로 들어섰다. 구치소 직원은 홍걸씨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구속영장 등을 확인한 뒤 수용자 수칙을 설명했다.

이어 홍걸씨는 간단한 신체검사를 거쳐 입고 온 감색 양복을 반납하고 수인번호 ‘3750’이 새겨진 푸른색 수의로 갈아입었다.

홍걸씨는 오후 10시10분 배정받은 독방으로 들어갔다. 다른 재소자들은 취침 규정에 따라 오후 9시에 이미 잠자리에 들어 구치소는 조용했다.

홍걸씨는 3일간 계속된 조사 때문에 피로한 듯 입실하자마자 곧바로 잠자리에 들어 뒤척이다가 잠든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홍걸씨가 수감생활에 대해 크게 힘들어하지는 않으며 어머니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전해준 성경과 신앙잡지를 보면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홍걸씨에 대한 특별대우는 없지만 신변 안전을 위한 필요 조치는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식사 잘해라" "건강해라" 이희호여사 변호인 통해 당부▼

“대통령 부인이기 이전에 한 아들의 어머니였습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구속된 18일 밤 홍걸씨의 변호인인 조석현(曺碩鉉) 변호사는 이희호(李姬鎬·사진) 여사의 근황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인(知人)’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 여사가 홍걸씨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이 여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홍걸씨 건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홍걸씨를 접견하러 갈 때마다 이 여사를 보좌하는 분들에게서 ‘식사 잘해라’ ‘건강해라’는 이 여사의 당부를 전달받아 홍걸씨에게 전해줬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와이셔츠와 속옷, 신앙잡지 ‘생명의 삶’을 조 변호사를 통해 홍걸씨에게 보냈다. ‘생명의 삶’은 성경을 구성하고 있는 각 복음서를 해설을 곁들여 매일 일정 분량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월간잡지 형식의 신앙서적으로 홍걸씨가 받은 5월호에는 누가복음 13∼21장이 담겨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여사는 처음에는 노심초사했으나 최근에는 성경을 보고 기도하면서 많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홍걸씨는 이 여사가 마흔이 넘어 낳은 유일한 혈육이어서인지 각별한 모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 여사는 홍걸씨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존재인 것 같다”며 “홍걸씨는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라는 어머니의 뜻을 헤아려 구속영장 실질 심사도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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