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측 대응 전략]처벌수위 낮추기 주력할듯

  • 입력 2002년 5월 16일 18시 37분


조석현 변호사
조석현 변호사
김홍걸(金弘傑)씨의 변론을 맡은 조석현(曺碩鉉) 변호사는 16일 “검찰 조사에 있는 그대로 응하고 검찰 처분에 따르라고 홍걸씨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구속되는 상황도 각오하라는 말도 전했다”고 했다.

이는 홍걸씨측이 자신의 알선수재 혐의를 일정 부분 인정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97년 대검에서 수사를 받고 구속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가 고교 동문 기업인들에게서 받은 27억여원의 명목과 대가성을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홍걸씨측이 이렇게 검찰 조사에 순순히 응할 뜻을 보인 이유는 무얼까. 조 변호사는 일단 혐의는 인정하되 다양한 정상 참작 사유를 내세워 ‘최대한 처벌을 낮춘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홍걸씨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에게서 돈과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주식 등을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최씨의 이권 개입에 적극 간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 것이라는 얘기다.

“홍걸씨가 최씨 비리에 관한 보도 내용에 대해 ‘정말 이랬을까’하고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조 변호사의 말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홍걸씨가 혐의 사실을 순순히 시인하고 검찰 조사에 협조한다면 검찰도 어느 정도 이를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계산을 한 것 같다.

다음은 조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그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했나.

“서울 시내 홍걸씨의 친척집에 함께 머물면서 면담했다.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하라고 했더니 홍걸씨는 ‘내가 지혜롭지 못한 탓’이라며 담담히 조사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구속되는 상황도 각오하라고 했다.”

-홍걸씨는 어떤 상태였나.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1시간반 가량 성경 잠언 편을 읽기도 했고 성직자가 찾아와 함께 기도하기도 했다. 간신히 안정을 되찾은 뒤 대화를 시작했다.”

-귀국 후 만나거나 통화한 사람은….

“내 동료 변호사와 40∼50분간 면담하고 성직자가 찾아온 것이 전부다. 부모님과는 두세 번 통화한 것 같다.”

-홍걸씨는 혐의를 어디까지 인정하나.

“수사결과를 지켜보자. 아직 법률상담을 충분히 하지 못한 상태다. 본인이 심리적으로 긴장해 있는 데다 압박감 허탈감 피로감 때문에 몸살 기운까지 있다.”

-최규선씨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나.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최씨의 진술 등을 상당 부분 못 믿는 것 같았다. 직접적으로 말은 안 했지만 서운한 감정도 있는 것 같다.”

-홍걸씨가 받은 돈의 대가성을 인정하나.

“아직 뭐라 말할 수 없다. 받은 돈의 액수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20억원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홍걸씨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상당 부분 있다.”

-변호인이 보는 홍걸씨는 어떤 사람인가.

“내성적이고 대인관계가 원만치 못한 사람 같다. 성장 과정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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