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숭의동 '옐로하우스' 간판 내리나

  • 입력 2002년 2월 19일 21시 23분


인천의 대표적인 윤락가인 인천 남구 숭의동 ‘특정지역’(속칭 옐로 하우스)의 밤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19일 오후 11시 40분경 숭의동 47의1번지 일대 특정지역. 현란한 홍등(紅燈)을 밝히며 손님을 유혹했던 과거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구(舊) 남인천세무서 인근 골목에 즐비하게 서 있었던 서울, 경기 번호판을 단 외지 차량들의 모습도 사라졌다. 오히려 인근에 새로 들어선 러브호텔의 네온사인에 밀려 ‘불꺼진 뒷 골목’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경찰이 ‘매춘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도 높은 단속과 순찰을 시작한 지 8개월만에 달라진 모습이다.

▽40년 역사의 옐로 하우스〓옐로 하우스는 일제 강점기 인천 중구 선화동 30번지 신흥시장 인근에서 기생들이 운영하던 ‘방석집’에 뿌리를 두고 있다. 61년 5·16 혁명후 군사정부가 집권하면서 경기도와 인천시, 경기도경찰국은 이들 방석집을 당시 인천에선 가장 외진 곳인 숭의동으로 강제이주시키기로 합의했다. 인천시는 업주들에게 당시에는 거금인 50만∼70만원씩 융자를 해 줬다.그해 9월부터 숭의동에 건물을 짓기 시작해 이듬해인 62년 3월에 이전했다. 지금은 1호부터 33호까지 33개 윤락업소가 영업하고 있지만 당시엔 10호까지만 있었다. 옐로 하우스란 이름은 당시 건물을 모두 노란색으로 칠해 붙여진 것이다. 인천항이 인접해 있어 수시로 외항선원들이 들나들면서 자연스럽게 ‘특정지역’이 됐다.

▽계속되는 경찰 단속〓매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경찰이 길목 순찰을 벌인다. 경찰은 행인들이 이 지역에 들어오면 ‘윤락방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전단지를 배포해 윤락을 원천봉쇄한다. 일부 취객은 순찰중인 경찰의 옷을 잡아 당기거나, 발로 걷어차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 6월10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경찰의 순찰 활동으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6, 17, 19, 20호 등 4개 업주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이기지 못해 야반도주했다. 나머지 업주들도 많게는 2억원에서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 때 260명에 이르렀던 매춘 여성들도 뿔뿔이 흩어져 현재는 절반으로 줄어든 130여명이 남아 있다.

▽앞으로 옐로 하우스는?〓숭의동 윤락가 업주들은 경찰의 순찰과 단속이 계속되더라도 쉽게 간판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도 옐로 하우스의 영업을 전면 금지할 만큼 심각한 폐해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

경찰의 단속이 강화된 것은 지난해 중반 옐로 하우스와 인접한 곳에 신축중이던 모 오피스텔에 또 다른 윤락촌이 형성된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다. 기실 경찰의 단속 목적은 윤락업소가 주변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데 있다.

당초 숙박시설로 허가를 신청했다가 반려된 이 오피스텔은 2000년초 자금 악화로 업자가 부도를 내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최근 채권 업자들이 중구청에 준공검사를 요청한 상태.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문제의 오피스텔이 일반에게 분양되어 용도가 명확해지면 순찰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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