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人 자술서 오역’ 논란 확산…법무부 “번역문 혼동”

  • 입력 2001년 11월 7일 18시 27분


이란인 난민신청자의 자술서를 법무부가 잘못 번역해 강제출국시켰다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의혹 제기에 대해 법무부가 오역(誤譯)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본보 6일자 A1면 보도>

법무부는 7일 “이란인 Z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측과의 면담에서 본국에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다 돈을 벌기 위해 입국했을 뿐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인정돼 법적 절차에 따라 강제송환했다”며 “이는 한국어로 번역된 면담 자료에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면담 직후 자술서를 따로 받아놓았는데 이 자술서 내용에 면담기록과 일부 다른 내용이 들어 있다”며 “UNHCR 서울지부가 한글로 된 면담 기록을 자술서 번역문으로 혼동해 오역문제를 잘못 제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공개한 Z씨의 출입국관리사무소 면담기록에는 “나는 불법체류자로 난민신청 사유는 없으며 이란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Z씨는 자술서에서는 “지금 이란으로 돌아가면 감옥에 갈 것이다.

한국 이민국이 나의 상황을 잘 봐주기 바란다”며 한국 체류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송환 당시 이 자술서는 번역하지 않았으며 7일 언론 보도 이후 이란어 전문가에게 의뢰해 번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Z씨 문제를 UNHCR와 수 차례 협의해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UNHCR는 이 사건이 잘못된 통역 등 허술한 난민인정 절차의 문제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계속적인 항의와 법률적 도움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민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면담 내용을 본인이 다시 요약 정리한 자술서가 면담 기록과 정반대의 내용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오역 여부는 전문가에게 의뢰해 다시 확인해 볼 문제지만 한 사람이 어떻게 상반된 주장을 하게 된 경위가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 관계자는 “오역 여부를 떠나 법무부가 난민을 신청한 이란인의 출국 의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상반된 내용의 면담기록과 자술서를 UNHCR에 보냈기 때문에 논란이 시작된 것”이라며 “이런 문제가 크게는 적법 절차를 간과하는 국내 난민신청인 관리와 인색한 난민인정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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