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력선언 효과 미미

  • 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28분


정부가 95년 이후 노사화합행사를 강도 높게 추진해오고 있으나 이 행사가 실제 해당 기업의 생산성이나 기업부가가치 증가에는 별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실제 기업의 노사 화합과 그에 따른 기업활동 활성화를 진단하고 평가할 지표조차 마련하지 않고 행사 건수 늘리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형적인 노사협력은 증가〓노사화합행사는 근로자로 하여금 생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고 생산 현장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노사의 사이가 좋다’는 사실을 외부에 공표하는 노사협력선언이나 노사화합행사 건수는 99년 하반기(7∼12월)이후 크게 늘어 98년 1680건에서 99년 2419건으로 1년 사이에 43% 급증했다.

이는 정부가 98년 ‘신노사문화 창출’을 7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채택하고 99년 노동부 안에 신노사문화추진본부를 발족해 강력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99년 노사화합행사 중 절반 가까운 42%(1025건)가 추진본부 발족 이후 개최됐다.

더구나 전체 행사 가운데 여러 업체가 공동으로 개최한 행사의 비율이 2000년 77%, 2001년(9월 현재) 81%에 이른다. 신노사문화 성과분석 용역을 맡은 노동교육원은 “공동선언의 경우 이벤트성이나 전시성 행사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분석대상에서 아예 뺐다.

▽부가가치 증가와는 무관〓본보는 2000년에 노사화합행사를 연 1815개사 가운데 자료를 입수할 수 있는 상장기업 46개사의 99년과 작년의 부가가치를 분석했다. 부가가치는 한 해에 해당 기업이 만들어낸 가치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매출액에서 원재료비 인건비 접대비 감가상각비 세금 등을 뺀 뒤 당기재고액을 더한 수치다.

분석 대상 기업 가운데 작년에 노사화합행사 후 종업원 1명당 부가가치가 오히려 감소한 곳은 5개사중 2개사꼴인 18개사(39%)였다. 나머지 28개사중 11개사(39%)의 종업원 1명당 부가가치 생산성 증가율도 3.4∼16.5%로 작년 상장기업 전체의 평균 증가율(22.9%)에도 못미쳤다. 결국 분석대상 5개사중 3개사(63%)꼴인 29개사가 지난해 상장기업 전체의 평균치에도 모자라는 낮은 부가가치 생산성을 보인 것.

한 전문가는 “원만한 노사관계는 부가가치 증가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임금인상으로 이어진다”며 “노사화합을 선언한 기업 가운데 절반이 부가가치가 줄거나 생산성이 떨어진 것은 이 행사가 생산성 증가와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사간 자율 협력이 필요〓정부가 주도하는 노사화합은 부작용도 뒤따른다. 화합행사를 치른 다음 해에 곧바로 노사분규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참여와 모색 연구소’ 박윤배(朴允培) 소장은 “화합행사를 했다고 해서 노사관계가 안정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정부 관련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도 “노동계도 ‘신노사문화’를 전시용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행사 자체가 소모적이란 생각도 든다”며 “선진국에서는 노사가 생산현장의 개선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정부는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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