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사건 검찰내 파장]상명하복 관계 변화올까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58분


지앤지(G&G)회장 이용호(李容湖)씨와 김형윤(金亨允) 전 국가정보원 경제단장의 처리를 둘러싼 검찰의 ‘내압(內壓)’과 ‘외압’ 의혹에 대한 조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이번 사건이 향후 검찰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두 사건은 검찰 지휘체계 및 상명하복 관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실제로 일선 검찰 간부와 평검사들은 이 같은 예상되는 변화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함께 표시하고 있다.

간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다. 두 사건을 통해 간부들이 수사검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피의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에 앞으로 간부들이 부하들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간부가 자신의 경험과 법률적 판단에 따라 이견을 제시하는 경우까지 후배검사들이 부당한 압력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을 하다 보면 자연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 간부는 “이제 과거처럼 선뜻 결재를 하지 못하겠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간부는 “잘못하다가는 정상적인 수사지휘 기능도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걱정했다.

지난해 이씨를 석방하고 불입건한 서울지검 지휘부 3명을 조사해 온 특감본부 관계자들도 지휘부에 대한 가혹한 처리가 조직 전체에 이 같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끝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일선 검사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단 간부들의 부당한 내압은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의 한 검사는 “차라리 잘 됐다. 이젠 수사와 관련해 상급자의 내압이 줄어들 것이고 적어도 내압을 거부할 명분이 하나 더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특수부에 근무했던 한 검사는 “간부들 중에는 더러 정치권 인사나 ‘전관’ 변호사 등 친분이 있는 사람들의 사건 부탁을 후배들에게 전달하는데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고 후배검사들이 이런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좌천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검사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제시한 검찰청법상의 상명하복 조항 개정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일부 검사들은 “뇌물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뇌물공여자 등의 사소한 혐의를 눈감아 줘야 할 때가 많은데 나중에 ‘축소수사’라는 비난을 받을까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석호·이명건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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