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검찰은 지난해 5월 이용호씨를 수사하면서 이씨의 국세청 로비 가능성을 보여주는 내부서류까지 확보하고도 이씨를 석방했고, 로비의혹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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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호씨 '로비' 세무서도 통했나 |
국세청이 99년10월 이후 이씨의 계열사를 적극적으로 조사했다면, 혹은 서울지검이 지난해 5월 이씨를 정상적으로 사법처리했더라면 이씨가 이후 벌인 수백억원대의 횡령 및 주가조작이 불가능해 소액투자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검찰 수사자료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마포세무서는 99년10월 이용호씨의 계열사 KEP전자가 RGB시스템에 60억여원어치의 물건을 판 것처럼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회계장부를 조작한 혐의를 적발했다. 상장기업인 KEP전자는 주가관리를 위해 매출을 부풀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RGB시스템은 기업들의 회계조작을 돕기 위해 ‘가짜 서류’를 파는 회사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
그러나 KEP전자는 특별세무조사를 받지 않았으며 ‘납세절차를 어겼다’는 단순한 이유로 가산세 1억3000만원을 추징당하는 데 그쳤다.
한 조세관계자는 “책임 있는 상장기업이 가짜 세금계산서 장사꾼을 이용해 60억원대의 가공매출을 만들어냈다면 당장 특별세무조사에 들어갈 사안”이라고 말했다.
당시 KEP전자 이모 자금부장이 작성해 이용호씨에게 보고한 ‘마포 대처방안’이란 내부보고서는 “마포(세무서)에서 KEP전자 및 세종투자개발 계좌추적을 통해 입금된 돈이 RGB에서 수금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다수 확보돼 문제가 상당히 확대됐다”며 장부조작 사실을 실토하고 있다. 이 부장은 보고서에서 “고위선을 통한 제압이 최선책”이라며 “로비에 실패, 특별세무조사를 받을 경우 KEP전자는 물론 세종투자개발(현 G&G) 등도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RGB 홍모 실장은 10월22일 이용호씨 동서인 김모씨를 통해 로비자금 1000만원을 받은 뒤 “원만한 일의 성사를 위해 받았음”이라는 자필영수증을 남겼다.
이 같은 자료는 작년 5월 검찰도 모두 확보하고 있었으나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이덕선(李德善) 현 전주지검 군산지청장은 “당시 검찰이 확보한 진정서에 ‘마포세무서에 대한 로비 의혹’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김승련·이명건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