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받던 50대 사망…의료진 없어 응급조치 못해

  • 입력 2001년 8월 7일 23시 28분


7일 오전 10시반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법 357호 법정에서 민사재판을 받던 조모씨(59·전직 경찰관)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서울고법, 서울지법, 서울가정법원 입주)에는 하루 7000∼8000여명이 재판과 각종 민원사무를 위해 드나드는데 이 같은 긴급 사고에 대처할 전문의료진이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 문제를 던져준다.

유족들은 신속하고 전문적인 응급처치가 있었다면 사망은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숨진 조씨는 지난해 이혼한 부인 현모씨(54)가 97년 김모씨(여)에게 진 빚 2800만원을 갚지 못하자 5월 김씨에게 소송을 당해 이날 서울지법 최창영(崔昌永) 판사가 심리하는 2차 공판에 참석 중이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조씨는 최 판사와 원고측 변호사가 합의문제를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갑자기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입에 거품을 문 채 쓰러졌다.

법정에 함께 나간 조씨의 동생(50)은 “형은 이미 이자로만 4000여만원을 갚았고 이 일로 이혼까지 했다”며 “형은 김씨측이 이혼한 부인에게 돈을 빌려주고도 자신에게 직접 빌려 주었다고 주장한다며 흥분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지법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가족들은 조씨가 쓰러진 뒤 인공호흡을 시도하다 5, 6분 후쯤 한 방청객이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해줬으나 119대원들은 약 15분 뒤에 도착, 그때는 이미 조씨의 호흡이 끊겨 있었다는 것. 한 변호사는 “재판 당사자, 특히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당사자는 흥분하거나 충격을 받기 쉬운 만큼 법원에는 전문 의료진의 상주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석호·이명건기자>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