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前총리 高大특강]"IMF는 前정권의 책임"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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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李洪九·사진) 전 총리가 31일 대학 강단에 섰다. 8월 주미대사직에서 퇴임한 후 3개월여만이다. 이 전총리는 이날 오전 고려대 행정학과 대통령학 수업(담당교수 함성득·咸成得)에 특별 강사로 나와 자신의 총리시절을 회고했다.

그는 김영삼(金泳三)정권이 추진했던 △민주화 △지방화 △세계화 △시장개방화 △통일―민족공동체 건설 등 5대 과제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으나 평가에 대해서는 “김영삼정권이 끝난 지 3년이 안돼 역사적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다”고 피해나갔다.

그는 이어 학생들과의 일문일답에서 “20일 강연한 김영삼전대통령은 노동법개정안 통과를 지연시키고 기아자동차 처리를 방해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환란의 책임이 있다고 했는데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전총리는 “당시 정부를 맡았던 사람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답하고 “강경식(姜慶植) 전 경제부총리에게 환란의 책임을 물었는데…. 강전부총리는 ‘좋은 사람’이라고 추천했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고 말해 자신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그러나 솔직히 표현했다.

그는 이어 “돌이켜보면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국가적 프로그램을 밀어붙이지 못했다”고 회고하고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정치적 대가를 치르더라도 시간을 늦추지말고 밀고 나가야 한다. 경제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위기는 위기가 가진 특별한 다이내믹스가 있다. 시장에서 (경제가) 안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안된다”고 강조했다.

총리론에 대한 소신도 피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내각제)개헌은 필요 없다고 본다”면서 “다음에 당선되는 대통령부터는 총리에게 인사제청권 등 상당한 권한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문민정부 시절 6명의 총리 중 나와 내 후임인 이수성(李壽成) 전 총리만이 1년이상 재임했는데 1년이상 못하면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총리연금도 못받는다”는 그의 말에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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