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비피해 실태-대책]수확기 벼 큰타격 우려

  • 입력 2000년 8월 27일 19시 03분


양질의 쌀이 생산되는 곳으로 손꼽히는 전북 부안군 계화면 계화간척지. 27일 오후 농민들이 황금빛 벼 대신 황토물로 뒤덮인 들판에 나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1만2000여평의 논에 벼농사를 짓는 남동희(南東熙·64·계화면 창북리)씨는 “수확기를 맞은 벼 1㏊ 가량이 완전히 쓰러져 물에 잠겼다”면서 “오늘 중으로 물이 빠지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게 된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농작물 피해▼

계화지역 들녘에서만 모두 324㏊의 벼가 쓰러지고 70㏊가 물에 잠겼다. 이 지역은 지난주부터 수확기를 맞은 ‘조생종 벼’를 많이 심었으나 수확시기를 상당기간 늦출 수밖에 없게 됐다. 또 전북도내에서는 전체 벼 중 이미 93% 정도가 이삭이 패기 시작한 상태다.

남씨는 “수확기를 맞은 벼가 물에 잠길 경우 수확을 해도 싸라기가 나오는 등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싹이 돋아나 수확량도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벼가 쓰러진 상태에서는 농기계를 이용한 수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일이일으켜세우려면수확 비용도 20∼30% 더 들게 된다는 것.

마을 전체 농경지 25㏊가 모두 물에 잠긴 전남 영광군 법성면 월산리에서도 이날 주민들이 양수기 2대를 동원해 물을 퍼냈으나 1m 이상 잠긴 물을 빼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하천에서 흙탕물까지 밀려들어 주민들은 아예 일손을 놓기도 했다.

이 마을 이장 한공수씨(50)는 “벼가 여무는 시기에 큰비가 내려 수확량이 50∼6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비가 갠 후 이삭도열병과 잎집무늬마름병이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여 앞으로 방제작업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과일와 각종 밭작물도 큰 피해를 보았다.

충남 논산시 강경읍 황산대교 금강둔치 1000여평의 비닐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 중인 김갑식씨(52)는 “추석 전에 출하할 방울토마토를 황토물이 몽땅 삼켜 버렸다”며 울상을 지었다.

특히 밭작물의 경우 콩과 땅콩 등은 습기피해가, 무와 배추 등은 검은썩음병과 뿌리마름병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대책▼

충남도 관계자는 “침수된 벼는 물을 빼주는 게 급선무이나 물을 빼기 힘들 때에는 벼잎의 끝부분만이라도 물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한 뒤 비가 그치면 방제활동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또 붉은 고추는 비가 그치면 빨리 수확하고 무와 배추도 깨끗이 씻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북도 관계자는 “벼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물이 빠진 뒤 벼를 일으켜 세워 농약을 살포하는 등 도열병 방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밭작물은 우선 도랑 치기 등을 통해 서둘러 물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부안·영광·논산〓김광오·정승호·이기진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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