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2차폐업]병원 못옮겨 사망…진료공백 확산

  • 입력 2000년 8월 8일 23시 20분


동네 의원 폐업 및 전공의와 전임의(전공의 과정을 마친 전문의)의 파업이 8일에도 계속된 가운데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등 의료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잇단 의료사고〓병원 의료기기 고장으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입원 중이던 광주 모병원의 박모씨(50)가 의사파업으로 인해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못하고 숨졌다.

담도결석증 치료를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박씨는 당초 2일로 예정된 수술을 의료기기 고장 때문에 8일로 연기했으나 패혈증과 췌장염 등 합병증 증세로 6일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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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주치의가 다른 병원은 파업 중이어서 옮겨도 치료받지 못한다고 만류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환자에게 기기가 수리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을 뿐이며 결정은 환자측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천 계양구의 남모씨(43)는 심한 고열과 구토 증세를 보인 아내 정모씨(34)를 2일 서울 모 대형병원 응급실로 옮겼으나 파업을 이유로 입원이 거절돼 숨졌다고 주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정씨는 3일 위염 판정과 함께 3일치 약만을 처방받고 병원 응급실을 나왔으며 증세가 악화돼 사흘 뒤 인천 안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병원 도착 당시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남편 남씨는 “아내의 죽음은 의사파업을 이유로 병원측이 제대로 진료하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측은 “외래진료로도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퇴원을 권했을 뿐 위급환자를 내쫓는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의료공백 확산〓8일 현재 전임의와 전공의의 70% 가량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동네 의원은 서울 대전 울산 경북을 중심으로 15.2%가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전국 30여개 대학병원이 예약환자 진료를 연기하고 신규 입원과 외래진료를 사실상 모두 중단했다. 이들 병원은 의대교수를 중심으로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만 운영중이지만 폐업이 장기화되면 응급진료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교수들로만 이루어지는 진료도 한계에 부닥쳐 가톨릭대의대 교수들은 11일부터 외래환자 진료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대응〓8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금주 내 파업사태 해결’을 지시한 데 이어 10일에는 국무총리 산하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 첫 회의가 예정돼 있어 이번주가 의료계 파업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부의 본격적인 ‘협상 카드’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장관이 8일 TV인터뷰에서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복안을 갖고 있다”고 말해 상황이 급진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송상근기자·광주·인천〓김권·박정규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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