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명前의원 中도주…수뢰수사 본격화되자 출국

  • 입력 2000년 8월 5일 03시 28분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추적 중이던 김범명(金範明)전 자민련의원이 최근 극비리에 중국으로 달아난 사실이 4일 확인됐다.

김전의원의 해외도주는 박병일(朴炳一·변호사)전의원이 사기 및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되기 하루 전인 5월29일 미국으로 도망간 사건에 이은 것이다.

이같은 일련의 해외도주 사건은 거물급 비리인사에 대한 수사당국의 신병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4일 자민련과 검찰에 따르면 기업체의 세금감면 로비 대가로 2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김전의원이 자신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지난달 30일 중국으로 도주했다.

그의 출국 당시 출국금지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로부터 지난달 말 이후 2, 3차례 소환요구를 받았으나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전의원을 소환조사하는 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었다.

검찰은 김전의원이 계속 소환에 불응하자 조만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주범’격인 김전의원이 도주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지검 특수3부(김우경·金佑卿부장검사)는 김전의원과 문민정부 시절 정 관계 인사 6∼8명이 N물산으로부터 모두 10억원대의 돈을 받고 세금감면 로비를 해준 혐의에 대해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 수사결과 N물산은 95∼96년 국세청이 추징 통보한 법인세 51억원을 감면받기 위해 모 국회부의장 보좌관 출신인 김모씨를 로비스트 겸 회장으로 고용, 김전의원과 당시 민주계 실세이던 C전의원, L전국세청장 등에게 세금감면을 청탁하면서 1인당 3억∼1000만원씩 10억여원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N물산은 김전의원 등의 로비로 인해 법인세 18억원을 감면받았으나 이후 경영진의 개인소득세가 급증해 로비스트 김씨와 경영진간에 로비성공 여부를 놓고 마찰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전의원의 한 측근은 “김전의원은 지난달 말 이후 연락되지 않고 있으며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철희·신석호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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