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국 어떻게 달라지나]"서비스 개선" 변신분주

  • 입력 2000년 6월 27일 00시 56분


의료계의 집단폐업에 참여했던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M의원의 H원장(40·가정의학과). 25일 폐업철회가 결정된 뒤 가슴이 꽉 막힌 기분이다. “의약분업이 시작된다는데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하는 그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동네의원들에겐 여전히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살아남기' 구조조정 비상▼

5월 동료약사 2명과 약국을 합쳐 서울 송파구에 송파제일약국을 연 최인순 약사(38)도 의약분업 준비에 마음이 바쁘다. 25평 규모의 약국에 컴퓨터 처방전 프로그램을 갖추는 등 분업에 대비하는데 2000만원 이상을 투자했다. 전산직원도 1명 고용했다.

7월1일 의약분업 실시와 함께 병의원과 약국이 대변혁을 맞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약국의 경우 ‘약사들의 대이동’이 이미 한차례 끝났다. 골목 안의 약국들이 사람들의 이동이 잦은 길거리, 특히 병의원 근처로 옮겼고 동업이 늘었다.

아예 약국문을 닫고 고용약사로 신분을 바꿨거나 폐업을 고려하는 약사들도 적지 않다. 최근 대형약국에 취업한 이승미 약사(35)는 “그대로는 유지가 안 될 것 같아 2월말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운영하던 5평 규모의 약국을 정리했다”고 말한다. 대한약사회 신현창(申鉉昌)사무총장은 “2만6000여 회원 중 올해 들어 10% 정도가 약사회비를 안냈는데 이들 대부분은 7월이 지난 뒤 폐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잠정 탈퇴자들”이라고 말했다.

약국과 병의원이 이처럼 변혁기를 맞으면서 의료소비자들도 이를 어떻게 맞아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엄모주부(46)는 “예전에 자주 이용하던 동네약국이 없어져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네약국들이 과거 편리성과 인접성, 조제 실력에 승부를 걸었다면 의약분업 실시 이후는 서비스가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의사의 처방전을 얼마나 빨리 소화해 정확한 약을 주고 약에 대한 설명을 잘 해주느냐가 관건이 된다는 얘기다.

의사들도 이제 준비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약사들에 비해 준비가 거의 되지 않은 상황. 그나마 준비를 해온 의사들은 의료서비스의 전문화와 다각화를 통해 살아남으려는 파와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파로 갈린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 서울 정형외과 임영원장(45)은 한달 전 물리치료실을 넓혔다. 의약분업 이후 어찌될지 알 수는 없지만 환자가 줄 것 같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인천의 K의원(가정의학과)의 경우 2명이던 간호사를 1명으로 줄이는 긴축책을 펴고 있다. K원장은 “소규모 의원들은 분업 실시로 약 35%의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폐업이 속출하는 위기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료과목 중에는 의약품 비중이 큰 일반 내과 의원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 광주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홍경표원장은 “과거 1회 진료와 처방에 한달분 약을 주던 당뇨병 환자의 경우 앞으로는 월 1회 진찰료와 원외처방전료밖에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동네 의원과 약국이 변화의 기로에 서면서 시민들도 새로운 의료 관행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택배로 약 받을수도▼

우선 1차 진료기관인 동네의원을 주치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동네의원 의사를 주치의로 활용하면 가족력을 포함한 병력 관리는 물론이고 위급한 상황에는 전화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단골약국이 있으면 더욱 좋다. 단골병원과 약국을 연계시킬 경우 의약분업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편리하게 진료와 약을 받을 수 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약국에 들를 시간이 없을 경우 단골약국에 처방전을 바로 팩스나 E메일로 보내고 나중에 약만 받을 수도 있고 필요한 경우 택배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 이강원(李康源)사무국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골 병의원과 단골 약국을 정하는 것이 의약분업을 잘 활용하는 길”이라고 권한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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