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커진 의약분업의 앞날]醫-藥-政 엇갈린 목소리

  • 입력 2000년 6월 21일 01시 15분


전국 의료계의 대부분이 집단 폐업에 돌입한 20일 의약분업 주 당사자인 정부 의료계 약업계는 제각기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강력한 대치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명(人命)을 담보로 한 힘겨루기에 대한 빗발치는 비난 여론을 외면할 수 없음인지 다소간 타협의 여지를 보이기도 해 실낱같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협상은 하되 원칙 양보없다"▼

▼청와대▼○…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료계의 집단 폐업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의약 분규는 있지만 환자 생명을 담보로 해서 폐업으로 대처한 예는 없다”며 ‘원칙 있는 대처’를 내각에 주문한 것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협상은 해 나가되 더 이상 밀려서는 안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또 의료계의 반발을 ‘기득권 세력의 집단 저항’으로 보고 강력한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

그러나 청와대 방침이 강경 일변도인 것만은 아니다. “이번 사안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물리력을 행사하게 되면 어느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될지 모른다. 신중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는 게 김유배(金有培)대통령복지노동수석비서관의 얘기. 청와대는 또 전문의 양성 제도 개선, 의과대학 지원, 의료인프라 확충 등 의료계가 요구하는 제도적 개선에 대해서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부와 대화재개" 다소 유연▼

▼의사협▼○…집단 폐업 첫날 강경한 자세로 임했던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환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되면서 오후에는 정부와의 대화 재개를 선언하는 등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의협 조상덕 공보이사는 이날 “의협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의약분업 연구안을 바탕으로 보건복지부와 대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그러나 대화 창구를 열었을 뿐 폐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의 이 같은 자세는 전날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태도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어서 사태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원칙 깬 분업 수용못한다"▼

▼약사회▼○…이날 오후 열린 대한약사회 중앙이사회에 참석한 200여명의 약사들은 “주사제가 제외된 의약분업이 제대로 시행되겠느냐” “원칙이 훼손된 의약분업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원칙만 공언하던 집행부는 무엇을 했느냐”며 정부와 집행부를 강력하게 비난.

그동안 의약분업 준비에 몰두해 온 약사들이 격앙된 것은 18일 정부가 의약분업 대상에서 주사제와 희귀 의약품 1600여종을 사실상 제외하면서부터. 대한약사회는 즉각 상임이사 전원이 총사퇴를 결의했고, 서울시약사회는 19일 주사제 남용을 방치한 복지부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의약분업안이 원상 회복되지 않을 경우 의약분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

이 같은 상황에서 의약분업 참여 여부를 놓고 시종 논란을 벌인 이날 이사회는 최종 결론을 25일 소집키로 한 약사회 최고의결기구인 임시 대의원 총회로 넘겼다.

<최영묵·서영아·정용관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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