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실향민 반응]"편지왕래라도 됐으면…"

  • 입력 2000년 4월 10일 18시 41분


실향민들은 기대와 설렘으로 크게 환영하면서도 이산가족 상봉의 실현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고향인 이정규(李正奎·67·부산 부산진구 초읍동)씨는 “분단 반세기 만에 남북정상이 만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통일이 된 기분”이라며 “정상들이 만나 민족이 하나임을 확인하고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남 덕천에서 혼자 월남한 유명철(劉明哲·67)씨는 “한꺼번에 너무 무리한 것을 요구하지 말고 우선 서신왕래와 가족생사 확인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경남도에서 부모와 함께 월남한 강모씨(58)는 “그동안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 발표 때마다 번번이 실망이 너무 컸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라며 “정부당국에서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도록 서두르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대표적 실향민촌인 강원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은 다소 기대에 들뜬 표정들이었다. 청호동 노인정에 모인 10여명의 실향민들은 “이번엔 가족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를 ‘마지막 희망’이라고 표현했다.

부인과 딸, 동생을 남겨두고 1·4후퇴 때 월남한 여석창(呂錫昌·74)씨는 “남북정상이 만나면 이산가족의 생사부터 확인하고 진척이 되면 서신교류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현두속초=경인수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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