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 '재건축 복마전' 시리즈에 1000여명 하소연

  • 입력 2000년 3월 9일 19시 47분


“그동안 정부와 사법기관 그 어느 곳에 호소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본보가 ‘복마전 재건축’ 시리즈를 연재하자 동아일보 경제부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독자들의 전화가 1000통 넘게 걸려왔다. 재건축 현장은 썩을 대로 썩어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들의 사정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 한 조합원은 “동아일보가 처음으로 우리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뤘다”며 목이 메이기도 했다.

수십만명의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는 재건축 현장에서 걸려온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한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리버빌 재건축조합원 서강윤씨(44)〓당초 8000만원을 부담하면 46평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고 해서 조합설립에 동의했다. 하지만 무이자로 받은 이주비 4000만원이 유이자로 둔갑해 150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했고 계속되는 설계변경으로 5500만원을 더 부담해 결국 1억5000만원을 내고 입주했다. 추가정산을 공사기간 중에 요구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힘이 없는 조합원들은 추가정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원 양정무씨(52)〓25평형에서 43평형에 입주하는 조건으로 9800만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공사측이 표준건축비 인상, 물가상승,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2700만원을 더 부담하라고 했다.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조합원의 추가부담을 골자로 하는 변경 계약서에 사인했기 때문이다. 그 조합장은 “시공사의 말을 듣지 않으면 공사가 중단돼 조합원의 피해가 더 커지기 때문에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말했다.

▽전 재건축 조합원 K씨(46·회계사)〓재건축 문제에 대한 사법기관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사업 과정에서 조합장의 비리나 시공사의 횡포를 법에 호소해도 검찰이나 경찰은 시공사나 조합장측의 해명자료만 보고 무혐의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검찰과 경찰이 복잡한 재건축 사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재건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만큼 사법기관은 전문 수사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서울 도곡동 주공아파트 홍원용조합장(58)〓청와대 건설교통부 감사원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총리실 서울시 구청 검찰….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했던 정부기관들이다. 조금만 신경썼더라면 시공사의 횡포를 밝혀낼 수 있었는데 어느 곳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세금을 왜 내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약자의 고통에 관심을 갖는 정부를 기대한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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