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3월 1일 23시 1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정씨는 북한에서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만 다니는 만경대 혁명학원을 졸업하고 비행공단학교에서 조종사 수업을 받았다. 북한에서 알아주는 엘리트 계층인 정씨의 집안이 몰락한 것은 90년12월 러시아에 유학 중이던 큰 형 현씨(35)가 한국에 귀순하면서부터. 정씨 가족은 그 뒤 평양에서 함북 온성으로 이주당해 강제노동을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한때 자살을 기도하는 등 실의에 빠져 세월을 보내던 정씨에게 삶의 희망을 되찾아준 사람이 바로 최씨. 96년 정씨 어머니의 소개로 만난 이들은 97년2월 약혼까지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 뒤 큰 형 현씨가 남한에서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 정씨 가족은 97년8월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했고 두달 뒤 최씨도 가족과 함께 두만강을 건넜다. 탈북 후 정씨 가족은 큰 형의 도움으로 남한으로 올 수 있었지만 최씨 가족은 중국에 남아 온갖 고생을 겪었다.
북한 탈출 뒤 1년 동안 서로의 생사도 모르던 두 사람은 98년8월 우여곡절 끝에 전화 통화를 하게 됐고 그로부터 한달 후 최씨는 정씨가 보낸 초청장을 들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할 수 있었다.
“귀순 후 재회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주변사람들이 포기하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제가 불행할 때 그녀가 힘이 돼 줬던 것처럼 저도 그녀에게 힘이 되어 주렵니다.”
이들은 7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새벽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