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NGO의 선거운동]낙선운동 자유…준엄한 票심판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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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유권자를 대표해 국정에 참여하므로 유권자의 뜻에 따라야 한다. 국회의원이 유권자의 뜻에 부응하지 않을 때는 유권자가 나서야 한다.”

미국의 시민단체 ‘무브 온(MOVEON·전진)’이 내세우는 활동명분이다. 1998년 9월 실리콘 벨리의 중소기업인 존 블레이드, 웨스 보이드와 그들의 가족이 시작해 이제는 50만명 이상의 지지자를 확보했다.

11월 상하원 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 단체는 △지난해 성추문을 이유로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의원 △총기규제에 반대한 의원 △정치자금법 개혁에 반대한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펴고 있다. 이 단체는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관련 의원들의 의정활동 자료를 인터넷 사이트 등에 공개했다. 낙선운동 대상자들의 선거구에 ‘무브 온’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을 출마시켜 지지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일반인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1970년대초에 결성된 미국 환경보존유권자연맹(LCV). 이 단체는 1996년 선거부터 환경보호에 역행하는 의정활동을 한 의원들을 ‘반(反)환경 의원’으로 선정해 공개하고 낙선운동을 펴왔다.

96년 선거에서는 그런 의원 12명을 ‘더티더즌(Dirty Dozen·추한 12인)’으로 선정해 그 가운데 7명을 낙선시켰다. 98년 선거에서는 반환경의원 13명중 9명이 고배를 마셨다. 96년 낙선운동에는 150만달러를 들여 9000여차례의 TV와 라디오 광고를 내보냈고 25만4000건 이상의 ‘낙선 운동 메일’을 유권자들에게 보냈다. 98년에도 230만달러를 들여 TV나 라디오 광고를 5000여차례 내보냈고 편지와 전화를 22만건 이상 보내거나 걸었다.

1989년 발족한 미국의 ‘유권자에 반응하는 정치 센터’. 이 단체는 대선이나 총선 후보들의 정치자금에 관한 정보를 구축해 유권자들에게 공개한다. 그렇게 해서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활동목표다.

영국에서는 1997년 5월 보수당의 아성인 태턴 지역구에서 무소속의 마틴 벨 후보가 보수당의 닐 해밀턴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된 것이 시민운동의 대표적인 승리사례다. 해밀턴은 87년 통상산업부 장관 재직 때의 부패스캔들이 불거졌음에도 공천을 받았다. 그러자 유권자들이 자원봉사팀을 구성해 벨 지지와 해밀턴 낙선운동을 펼쳤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법으로 제한하거나 금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낙선이나 지지 운동이 다양하게 전개된다. 다만 전국적인 시민연대가 그런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는 △보수 진보 등 이념적 성향 △환경이나 소수인권 보호 등 특정 분야 △노동총연맹 산업별 회의(AFL-CIO) 등 이익집단 △정치자금 투명성 등을 주장하는 단체 등으로 세분화돼 활동한다. 예비선거 등 상향식 공천이 정착돼 낙천운동이 필요없는 것도 한국과 다른 점이다.

<구자룡·강수진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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