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총무원장 당선 무효'판결 판사,협박전화 시달려

  • 입력 1999년 10월 7일 19시 33분


이달초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직 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던 서울지법 민사합의42부 이수형(李秀衡) 부장판사 집에 최근 매일 밤 정체불명의 협박전화가 걸려와 이 판사 가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협박범들은 주로 이판사의 가족들을 겨냥한 폭언을 일삼고 있다.

이들은 전화를 걸어와 별다른 요구사항을 밝히지 않은 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부모님 집 위치를 안다”고 말하고 끊어버린다는 것.

협박내용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태다. 이판사는 며칠전에는 집으로 배달된 꽃바구니에 ‘축(祝)이수형판사 사망’이라는 카드가 끼워져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며칠 사이에 시인 김지하(金芝河), 언론인 이규행(李揆行)씨가 사회활동과 신문 기고문을 이유로 협박받고 있다며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판사 가족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판사가 지금까지 내린 조치는 전화코드를 뽑아버리고 자녀의 등하교길을 직접 챙기는 것이 전부. 이판사는 협박전화가 계속될 경우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이판사는 “만일 판결 때문에 앙심을 품은 것이라면 항소를 하거나 당당하게 나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 되지 왜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들을 괴롭히느냐”며 분개했다.

한 변호사는 “협박범이 신분을 밝히지는 않았다지만 이판사가 내린 판결들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가구성의 근간인 사법부 판결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이 있다면 철저히 찾아내 엄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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