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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9월 9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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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문제의 글을 PC통신에 처음 올린 건 교전이 벌어진 6월15일 오후 4시39분경으로 자신을 ‘2100년경에나 양심적인 전국 정당의 출현을 기다리는 양심적인 시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경비정 조작 드러나면 DJ 하야해야’ ‘전두환〓5·18, 김대중〓경비정사건’ ‘병사목숨 개목숨으로 여기는 DJ’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글 23편을 일주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띄웠다.
군 당국은 PC통신 이용자들이 A씨의 글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예비역 장성들이 강력 대응을 촉구하자 관계기관의 협조로 문제의 PC통신 ID를 추적했다.
그러나 그의 신원을 확인한 군당국은 대응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A씨가 현직 판사인데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군이 과잉반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부의 지적 때문.
그러나 군 고위층이 “목숨을 걸고 싸운 장병의 명예를 생각해야 하며 문제의 글을 한두번도 아니고 23차례나 띄웠는데 방치할 경우 모방행위가 계속된다”며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법원행정처 역시 지난달 초 군당국으로부터 이런 분위기를 전달받고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에 착수했는데 A씨가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사표를 냈는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A씨와 A씨의 부인은 본사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제의 글을 PC통신에 올린 적이 없다. 동명이인이다” “판사 양식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보느냐”며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군당국이 여러 경로의 조사를 거쳐 A씨가 문제의 글을 쓴 것으로 결론내리고 9일 서울지검에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하자 법원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
대부분 “그럴리 없다” “황당한 얘기라서 못 믿겠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 아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고시와 연수원 성적만으로 법관을 선발하는 현 제도 아래서 양식과 상식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판사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며 판사 임용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송상근·하태원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