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한파」구미공단]앞날 불안『일손 손에 안잡혀요』

입력 1999-02-06 09:15수정 2009-09-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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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자산업의 메카인 경북 구미공단이 썰렁하다.

5일 오전 10시 구미 1공단과 2공단 진입로. ‘부당빅딜 결사반대’ ‘생존권 쟁취’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깃발만 나부낄 뿐 활기라곤 없었다.

지난달 22일 삼성과의 빅딜에 반대하며 전면파업에 들어간지 14일만인 4일 오후 조업을 재개한 구미1공단 대우전자 구미공장.

이 회사 노조부위원장 천학근씨(32)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1천여 하청업체의 연쇄도산과 이에 따른 종업원 2만여명의 실직사태를 막기 위해 잠정적으로 조업을 재개했다”면서 “회사측이 빅딜후의 고용보장 문제에 대해 불성실한 태도를 보일 경우 다시 전면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전자 직원들은 5일 모두 정상출근해 생산설비 등을 점검했으나 대부분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며 앞날을 걱정했다.

노조원 김모씨(33)는 “빅딜이 이뤄지면 최악의 경우 공장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직원들이 모두 ‘앞날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청업체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5년째 대우전자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구미 S기전대표 김모씨(45)는 “대우전자 구미공장의 재가동으로 일단 부도위기는 넘겼다”면서 “그러나 빅딜이 이뤄지면 대우전자 생산라인이 일부 폐쇄돼 납품업체의 연쇄도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역시 빅딜대상인 구미2공단의 LG반도체도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달 24일 전면 조업중단에 들어간 이 회사 직원 1천3백여명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빅딜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 지원사무국장 권용혁씨(37)는 “회사측이 부당 빅딜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주장에 전혀 귀를 귀울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지난해에만 2천5백억원의 흑자를 낸 우리회사가 왜 경쟁업체에 흡수, 합병돼야 하느냐”며 “생존권과 명예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IMF사태와 빅딜한파 이후 구미공단에 입주한 4백34개 업체중 40여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구미지역 근로자들은 6일 오후 구미운동장에서 ‘구미노동자 생존권사수 총궐기대회’를 갖고 정부측에 빅딜중단과 구미경제회생대책 마련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구미〓정용균기자〉jyk061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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